<사설> 광통신산업에 과감한 R&D 투자를

세계 정보통신산업계는 지금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세계의 모든 산업이 신무역질서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시장 재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분야가 바로 정보통신산업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통신서비스가 등장해 통신서비스와 통신산업간의 전통적인 관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제 정보통신산업은 단순한 시장확대나 경쟁체제가 아니라 새로운 체제로의 대변혁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시장분석가들은 최근들어 이같은 정보산업계의 시장재편 움직임과 상황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향후 2,3년 뒤의 판도변화에 대해 가장 불확실한 시장예측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그렇다고 최근의 정보통신산업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시대라고 해서 그냥 넋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격량의 시대가 지나면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모습으로 정착하게 된다.

정보통신 환경변화를 주도하는 집단은 결국 통신이용층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욕구는 정보통신 발전과 진화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사업도 따지고 보면 정보사회에서 정보통신인프라를 구축해 통신이용층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정보통신사업이 새로운 질서와 환경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보의 대용량화와 초고속화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들은 이제 먼저 정보의 초고속시대, 대용량시대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90년대 초반부터 광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역시 초고속 대용량의 광통신시스템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보를 주고받는데 기존의 구리선이나 애널로그 통신으로는 한계에 부딪히는 것은 자명하다. 대량의 정보전송에는 디지털 정보를 초고속으로 전송하는 광통신산업이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광통신을 일반 가정에까지 구축하는데는 엄청난 시간과 재원이 필요 하지만 결국 정보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듯이 해결해야 할 일이다.

미국의 권위있는 정보통신 수요예측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세계 광전송시스템 시장은 올해 1백80억달러에서 오는 2005년에는 3천5백억달러로 해마다 두자리수의 성장세를 예측하고 있다. 광섬유, 케이블 및 광부품시장 역시 올해 1백억달러 규모에서 오는 2005년에는 3백30억달러로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렇듯 초고속 정보통신시대에서 누가 먼저 초고속의 정보통신망을 구축하여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건설하느냐가 향후 이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하게 될것이다.

이처럼 광통신이 새로운 미래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국내 이 분야의 산업은 아직 과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전송시스템이나 광 케이블분야에선 4,5개 기업이 한정된 통신사업자의 내수물량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미국이나 일본의 경쟁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과감한 신제품 개발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광통신분야의 연구개발체제 역시 이제까지의 공동개발에서 경쟁개발로 전환되고 있지만 선진국의 기술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존 연구개발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특화된 전문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누구나 일정부분의 혜택을 누렸던 샤워식 개발체제에서 집중적이고 특화된 연구개발체제로 전환이 시급하다.

정보통신산업계가 광산업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과감한 연구개발 및 상용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