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벤처기업 거품인기 「경계령」

현재 열풍처럼 불고 있는 벤처기업 붐에 거품이 짙게 배여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산업의 기반을 강화하고 활력소를 불어넣는데 큰 역할을 하는 벤처기업의 육성은 당연한 과제이지만 현재 국내 상황은 벤처기업 열기에 휩쓸려 충분한 사전준비도 없이 벤처기업 설립이 즉흥적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지원체제도 미비돼 기업 부실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우선 지적되는 것은 창업 당사자의 준비부족. 기존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기업의 성공이 기술보유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영업능력,자금조달 등 복합적인 요인이 갖춰져야 하는데 최근에는 이런 준비가 없이 시작하는 벤처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현재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벤처기업들이 실은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채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측면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지원방식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중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산업기술진흥부장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모험기업의 보유기술을 평가해 초기부터 투자하는 실질적인 모험투자를 하고 있으나 국내 벤처캐피탈은 주로 이미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돈벌이 차원에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들 벤처캐피탈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벤처기업의 가치를 실질적인 내재가치 이상으로 과장되게 홍보하는 경우도 적지않아 이에따른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잘못된 벤처기업 열풍이 가져올 후유증 또한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벤처기업의 사업실패는 젊은 인재들과 그들이 보유한 기술을 사장시키는 것은 물론 기술인력 유출로 인한 기존업체들의 기술축적 어려움도 가중시킬 전망이다. 실제로 S사 등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잇단 기술인력 유출로 비상이 걸려있는 상태이다.

장세탁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 소장은 『벤처기업 붐이 좀 더 차분한 상태에서 조성돼야 하며 정부의 지원방식도 시혜를 베푸는 듯한 산타클로스식 지원보다는 대상업체를 엄선한 후 이들 업체들에 대해서는 성공에 이를때까지 지속적으로 사후관리하는 종합적인 지원방식으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