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통신망이라 불리는 광통신망을 구현하기 위해 그동안 각 나라에서 추진해온 광통신 관련 기술 및 연구성과를 겨루는 학술 올림픽이 8일 서울에서 힘찬 팡파르를 울린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요체인 광전송, 광교환, 광네트워크 등 첨단 광통신 기술을 선보이는 국제적인 광전자 및 광통신 관련 학술제전이 3박4일의 일정으로 화려하게 시작된 것이다. 오는 11일까지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이번 「제2회 OECC(Optoelectronics and Communication Conference) 97 학술회의」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세계 30여개 국가의 광통신 관련 석학들이 대거 참석해 열띤 기술 경연의 장을 펼치게 된다.
△통신네트워크 △광시스템 및 광기술 △광섬유 및 광케이블 △광관련 능동소자 및 모듈 △광관련 수동소자 및 모듈 등 5개 분야로 나누어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광관련 기술의 연구성과를 점검하고 발전방향을 점쳐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학술회의에는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제1회 OECC96보다도 50여편이 많은 3백40여편의 논문이 발표될 계획이어서 명실공히 국제적인 행사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일반논문 2백70여편 이외에 세계 16개국에서 엄선된 70여편의 초청 논문이 소개될 이 행사에는 그동안 일궈온 각국의 광통신기술 연구 및 개발성과를 종합해 광통신 산업의 올바른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의 한마당이 펼쳐지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올바른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술회의와 공동으로 9일부터 열리는 광통신 종합 전시전은 국내 25개 업체를 비롯해 전세계 79개 업체가 참가해 첨단 광통신 기술의 불꽃튀는 경연을 벌이게 된다.
한국통신, 삼성전자, 대우통신, 대한전선 등 국내 유수의 광통신업체는 물론 루슨트테크놀로지, 휴렛패커드, 알카텔 등 세계적인 광통신 업체들이 참여해 첨단 장비 및 부품 등을 대거 선보인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광통신 전시회에는 광전송시스템, 광섬유 및 케이블, 광소자, 광모듈 등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시스템 및 부품이 집중 소개된다.
특히 전시전에는 파이버프로, 세보텔레콤, 한국광통신, 맥산, 태양기연 등 그동안 광부품, 모듈을 전문으로 개발해온 국내 광통신 관련 벤처기업이 대거 참여해 활발한 기술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에게도 앞으로 정보사회의 골격이 되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소개하고 이의 근간인 첨단 광통신 기술을 맛볼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할 것으로 주최측은 기대하고 있다.
사실 광통신 분야는 전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나 시장규모나 생산업체 등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제 막 도약하는 수준이다.
정보사회에서 정보유통 요구량은 상상을 넘어서 급속하게 증가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광신호를 통한 광통신망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영상 및 데이터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지금의 전화망 서비스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지금보다 적어도 1천배 이상 정보 전송 및 처리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경쟁적으로 광섬유를 통한 정보 슈퍼하이웨이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관련기술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초고속 정보통신망은 80년대부터 국간 중계 전화망에 도입되면서 기술적, 경제적 탁월성을 입증받았다.
특히 기존 전화망의 회선 적체를 해소했을 뿐 아니라 디지털 신호처리 기술과 더불어 전화망과 컴퓨터망의 통합을 가능케 했다.
앞으로도 광네트워크는 유선방송망, 무선가입자망과 병행돼 광대역 종합정보통신망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범정부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총 예산 45조원 규모의 초고속 국가 정보통신망도 기본적으로 광통신망이 없으면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초고속 시험망, 국가망, 공중망 등으로 구분되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사업은 1단계에서는 주요 국간이 2.5Gbps급으로, 2단계에서는 10~1백Gbps급으로 확장될 예정이며 궁극적으로는 테라(Tbps)급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하고 있다.
또한 한국통신도 올해안에 2.5Gbps 광전송망을 설치해 기업체, 공공기관 등에 초고속 직통 전송로를 제공하는 데 이어 오는 2000년까지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와 울산, 여수 등 98개의 주요 거점도시를 광케이블로 연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가 초고속망 목표시점인 오는 2015년까지는 광통신 산업과 관련된 시장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유관산업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퀘스트 등 전문 시장조사기관과 국내 기업체 부설연구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광통신 산업의 국내 시장규모는 전송시스템의 경우 기간망 분야가 현재의 1천9백억원 규모에서 2000년에는 7천억원으로 3백%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디지털 마이크로웨이브 시장은 현재의 4백억원에서 7백억원 수준으로,가입자망은 3천억원에서 1조2천억원으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광통신 산업에서 전송분야만 현재의 5천3백억원에서 1조9천억원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소재, 부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광섬유를 포함한 광케이블 국내시장은 현재 2천억원 정도에서 2000년에는 6천억원 수준으로, 광부품의 경우는 현재의 2백억원에서 8백억원 수준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해볼 때 광통신과 관련한 국내 전체 시장규모는 오는 2000년 경에는 4조원에 이르는 규모를 형성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이 분야 세계시장 역시 연간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어떤 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시장 규모다.
국내 광통신 업체들이 첨단기술 확보를 통해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력만 갖춘다면 어느 분야 못지 않은 황금시장을 거머쥘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광통신 산업은 연구성과나 기술개발 수준에 비해 크게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광전송장비 등 시스템 분야에서는 대기업이 어느 정도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부품, 모듈 등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기초소재 분야에서는 걸음마 수준인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광섬유 등 일부 핵심부품은 국내에서도 자력으로 조달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 광섬유를 제외한 광아이솔레이터, 광커넥터, 광증폭기, 광중계기 등 대부분의 부품이나 소재는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이처럼 광관련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1차적인 이유는 국내 시장규모가 협소한 데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큰 이유는 기업체들이 광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각 업체의 광통신과 관련된 기술개발 투자비를 현재 수준에서 5%정도만 추가하더라고 국내 광통신 분야의 기술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이번 OECC 97 학술대회 및 전시회의 국내 개최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은 선진업체의 첨단 광통신 기술을 습득하고 첨단기술을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핵심요소인 광전송 기술의 초고속화, 광섬유, 광소자 등의 집적화 및 양산 체계화, 대용량 신호처리를 위한 새로운 광교환 및 전송기술 등을 확인함으로써 앞으로 광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국제적인 광통신 학술행사와 전시회를 통해 미래 정보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을 제시하고 국내 광통신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