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반도체소자 수입관세가 8%에서 4%로 하향조정됐으나 일선 세관들이 종전에는 문제삼지 않았던 원산지 증명서 부착을 요구,통상 이를 부착하지 않고 반도체를 수입해왔던 업체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상당수의 수입업체는 이를 갖추지 못해 종전대로 8%관세를 물고 수입하거나 서류구비를 위해 통관이 지연되는 등 예기치 않았던 불이익을 받음에 따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원 등 관계당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국에 한해 양허세율을 적용키로 하고 이달 초부터 반도체 수입관세를 4%로 내려 시행하고 있으나 서울세관 등 일선 세관이 원산지 증명서가 없는 수입반도체에 관해서는 4% 관세 통관을 거부해 상당수의 수입업체 및 세트업체들이 납기 준수를 위해 종전처럼 8%의 관세를 물고 통관시키거나 원산지 증명을 발부받느라 최고 20여일 이상 통관을 늦추는 사례가 잦다는 것이다.
업계는 『당초 양허세율 적용이 WTO협정국에 한해 무역장벽을 낮추는 것은 물론 수요업체인 세트업체들의 가격경쟁력를 제고시킨다는 목적 아래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제도가 운영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반도체는 제품 특성상 웨이퍼 가공과 조립하는 나라가 다른 경우가 많아 원산지 증명을 발행키가 어렵고 식품 등 타 제품과 달리 원산지 증명의 의미도 사실상 거의 없다고 이의 개선을 촉구했다.
실제로 현재 WTO 가입국은 1백30개국을 넘었고 가입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까지 합할경우 이 양허관세를 적용받는 대상국은 1백80국에 달해 양허관세의 배제국은 아프리카 오지를 비롯해 지구상에 30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30개국은 거의 반도체 생산과는 무관한 지역임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 양허관세제도를 시행하면서 원산지증명서 미부착을 들어 관세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관세청 교역협력과의 한 관계자는 『원산지증명서 요구는 「관세법 43조 15호 2항」 규정에 의한 것으로 현재 이와 관련한 논란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법적용은 세관장의 재량사항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상위단체인 재경원 관세제도과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의 특성상 수입시 원산지증명서 첨부요구는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며 『조만간 이와 관련한 지침을 마련해 관계부서에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혀 향후 이와 관련한 개선방안이 주목된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