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반도체 업체들이 매출 보전을 위한 전략품목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전자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와 함께 그동안 일본계 반도체 업체의 주무대였던 가전업체들이 원가절감 및 세계화를 위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대거 이전하고 있는데다 유럽 및 미국계 반도체 업체들의 끈질긴 공세로 일본계 반도체업체의 입지가 더욱 어렵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TV 및 모니터의 경우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시장에서는 SGS톰슨이 일본계 업체를 밀어내고 주력업체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평수직 동기프로세서, 증폭 IC 등의 경우는 필립스가 가전3사 물량을 거의 전량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바, 산요, NEC, 히다찌 등 국내에 지점 형태의 영업소를 갖고 있는 일본 반도체 업체들의 지난해 가전분야 반도체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내 해외 현지공장이 해당 지역에서의 부품조달 비율을 더욱 높일 방침이어서 국내 반도체 수요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반도체 업체들은 가전분야 공급물량 감소에 따른 대체 수요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유망제품군으로 떠오르고 있는 정보가전분야나 PC주변기기 분야를 차세대 영업 주력품목으로 선정하고 이를 위한 디딤돌인 MCU 공급에 영업력을 모을 방침이다. 이는 일단 한 회사의 MCU를 채용하게 되면 인터페이스상의 이점으로 그 회사의 관련 IC들을 부수적으로 채용하는 등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세트업체로서의 이점도 충분히 활용해 반도체 뿐만 아니라 세트기술도 지원,반도체 시장선점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복안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유망제품군인 통신기기분야는 모토롤러,퀄컴 등 미국계 반도체 회사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분야 시장진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추세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히타치는 자사의 RISC MCU인 「SH시리즈」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도시바는 한국전자와 합작으로 자사 MCU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개발용역을 수행하는 한지전자엔지니어링를 최근 설립,한국내 자사 MCU 공급확대를 꾀하고 있다. 산요는 정보가전분야 공략을 위해 정보가전제품인 디지털스틸카메라,DVD에 적용되는 자사 칩세트 홍보를 위해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명회를 이달 말쯤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수출효자상품으로 떠오른 CD롬 드라이브의 핵심 DSP칩을 각각 삼성,LG에 전량 공급하고 있는 도시바, 소니 등도 향후 고배속 제품을 겨냥한 마케팅을 미리 앞서 전개해 나가는 등 치열한 시장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보가전분야나 PC 주변기기분야도 씨큐브, LSI로직 등 미국계 반도체업체들이 마케팅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 이들과의 경쟁 결과에 따라 일본업체들의 한국시장에서의 입지가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