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차이가 세상을 바꿉니다.』 『틀을 깨면 못보던 세계가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96년 하반기에 그동안 가로와 세로의 화면비율이 4대 3인 기존 TV와 달리 폭이 1인치 더 큰 화면의 TV 「명품+1」을 내놓고 TV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올해들어서도 그 여세를 몰아 한달에 2만5천대씩 판매하는 등 TV시장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영상확장회로를 이용, 일반 TV에서 가장 약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화면잘림 현상을 해결해 브라운관의 크기엔 변함이 없으면서도 실제보다 큰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제품의 성공비결.
이처럼 상식을 뛰어넘어 다른 업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남들보다 먼저 상품화하지 않고서는 인기상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최근들어 불황이 계속되고 외산제품과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히트상품 개발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마다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또 그만큼 사라진다. 이 가운데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히트를 하는 제품은 별로 많지 않다. 소비자들에게 관심도 끌지 못한 채 소리없이 사라지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해마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신상품중에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경우는 전체의 1∼2%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10개의 제품중 1~2개만이 성공하고 나머지 8~9개가 실패작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수 년 동안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하거나 내놓은 상품이 실패를 거듭할 경우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기업의 영위와 번영을 위해 인기상품 만들기에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전자업체들은 해마다 첨단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에도 이미 여러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면서 나름대로 일등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전제품으로는 대우전자의 세탁기가 신개념의 비대칭 회전판을 채용해 상하물살, 회전물살, 좌우물살 등 3차원의 입체물살인 돌개물살을 발생시켜 세탁력을 극대화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LG전자의 싱싱특급냉장고도 냉기가 필요한 칸을 먼저 집중냉각하는 기능을 앞세워 판매가 급신장하고 있다.
LG전자가 내놓은 「바이오에어컨」은 기능향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케이스. 바이오에어컨은 국내 최초로 플라즈마 공기정화기술을 이용, 여름철의 강력냉방은 물론 집진 탈취까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대우통신의 「유무선전화기」도 이와 비슷한 경우. 이 제품은 전화기 반경 5백내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휴대폰기능을 도입해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기 「애니콜」은 삼성전자를 휴대전화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올려놓는 계기를 마련한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애니콜은 한국지형에 맞도록 설계돼 통화성공률이 높다는 점을 내세워 일반소비자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동안 국내시장을 주도해 온 모토로라를 따돌리고 아날로그 시장에 이어 디지털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LG정보통신의 「디지털휴대전화」는 세계 최초로 조그다이얼을 이용, 99개의 전화번호를 송수신할 수 있게 함으로써 휴대전화시장에서 나름대로 아성을 구축하고 있으며, 모토로라의 「말하는 삐삐」는 청소년 층을 파고 들고 있다.
컴퓨터로서는 삼보컴퓨터의 「드림시스97」이 국내 처음으로 버튼하나로 TV, 인터넷, CD플레이어 등을 실행할 수 있는 이지버튼과 차세대 주기판 규격인 ATX USB 포트를 채용한 새로운 멀티미디어 PC로 판매가 급신장하고 있으며, 대우통신의 노트북PC 「솔로」의 경우는 가장 가볍고 작은 휴대형 컴퓨터라는 점을 내세워 젊은 학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품질못지 않게 광고를 통한 소비자의 호감을 사는 데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LG전자의 TV. LG전자는 지난해에 삼성전자의 명품+1의 시장확대에 밀리자 기존의 전자제품 광고의 틀을 깨고 동물을 소재로 한 CF를 방영하면서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LG전자의 아트비젼 라이브가 40%대의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면서 삼성전자와 박빙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대우전자 냉장고, 만도기계의 에어컨, 삼성전자의 CD롬 드라이브, 전자랜드의 노트북 PC, 컴팩의 PC 서버, 아남전자의 TV, 텔슨전자의 무선호출기, 큐닉스와 한국HP의 프린터 등도 일반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각 기업의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인기상품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업계 관계자들은 『히트상품은 기업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기술개발 등 전자업체의 자체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어떻게 자극해 구매를 유도하느냐에 의해 인기상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실 전자업체들의 제품개발 모습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종래에는 일본이나 미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모방하거나 가져다 쓰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이같은 현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자체 개발품이 늘어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시장형태도 과거의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확연히 바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웬만한 상품으로는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기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업체의 기술력이 향상돼 선진국과 기술차이가 줄어든 만큼 이제는 기술보다는 아이디어에 초첨을 맞춰 제품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기상품을 만들어 내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하소연이다. 우선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품질이 뛰어나야 한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품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 여기에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광고로 4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히트상품으로 뜰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전자업체들은 인기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몇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소비자 의식구조와 소비행태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의 의식에 잠재돼 있는 니즈를 찾아내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 다음 현재 상품시장에서 어떠한 혁신이 일어나는 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지구촌을 샅샅이 뒤져야 한다. 국경없는 경제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내수시장만 겨냥해서는 안된다. 이 과정을 통해 확정된 아이디어로 상품을 만들어 對소비자 홍보에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제품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상품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광고나 할인판매를 통해 경쟁업체보다 매출을 조금 늘린다고 해서 히트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아이템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히트상품」이라할 때 이것은 전자업체의 노력여하에 달려 있다 하겠다.
유통부 특별취재팀
금기현 부장/원연 차장/이경우·신영복·최정훈·윤승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