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위성수신기 미국 수출 난항

국내 전자업체들의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세트톱박스) 대미 수출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전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등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세계 최대의 위성방송시장인 미국을 겨냥해 디지털위성방송용 세트톱박스 공급을 시도해왔으나 까다로운 품질검사에다 최근 공급가격마저 곤두박칠치면서 당초 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최대의 디지털 위성방송서비스업체인 디렉TV사에 대한 위성수신기 공급권을 획득한 대우전자는 올 초부터 본격적인 대미수출을 모색해왔으나 아직까지 미국 디렉TV측의 품질검사에 통과하지 못한 실정이다.

또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당 3백달러선에서 세트톱박스 수출협상이 진행됐으나 올들어서는 미국측 바이어들이 수출 가격을 대당 2백50달러 이하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대우전자측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공급자격권 획득을 포함, 수백만달러의 비용을 투자한 대우전자는 가급적 수출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나 수신기 수출로 수익을 올리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우전자와 함께 디렉TV에 대한 세트톱박스 공급자격을 획득한 삼성전자 역시 독자모델을 개발하고 올 연말경 미국시장을 공략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공급가격이 급락하자 세트톱박스를 직접 생산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는 그동안 추진해온 프로젝트들을 자사내 정보통신부문과 그룹계열사인 삼성전기에 이관하기로 했으며 그동안 이 사업에 투입됐던 인력을 철수시키거나 재배치했다.

향후 삼성전자는 세트톱박스의 내수공급과 수출을 외주 생산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세트톱박스와 관련된 기술이 향후 활용도가 많은 점을 고려, 디지털 위성수신기 내장형 TV개발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은 지속해 나가기로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현재 수준의 세트톱박스 가격으로는 이미 인건비를 건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국내업체들이 미국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이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의 티비컴사를 인수한 현대전자와 호주출신 미디어재벌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사의 디지털 위성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LG전자는 핵심칩 개발 및 독자적인 솔루션을 자체 개발, 북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나 향후 전망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위성방송수신용 세트톱박스 시장은 지난 94년 디렉TV와 USSB가 디지털 위성방송을 개시하면서 그동안 아날로그 위성수신기 시장을 석권해온 국내 전자업계에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일본의 소니, 마쓰시타, 미국의 RCA가 세트톱박스시장을 선점한데다 프라임스타, 에코스타, 알파스타 등 디렉TV와 USSB에 이은 위성방송업체들이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세트톱박스 가격을 경쟁적으로 인하하면서 미국시장 진출을 노린 국내업체들을 난처하게 만들어왔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