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정부 「美 컬러TV 무역규제」 제소 의미와 전망

우리 정부가 한국산 컬러TV의 반덤핑 철회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함으로써 이제 그 결과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또 이번 제소는 WTO 출범이후 한국 정부가 타국의 불공정 무역규제에 대한 첫번째 사례이자 우리 전자업체의 끈질긴 투쟁(?)이 공식화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더해주고 있다.

아직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는 곤란하지만 미국이 WTO의 반덤핑 규정을 명백하게 어기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가 다각도로 확인하고 제소한 것이어서 승산은 높아 보인다. WTO 반덤핑 규정 제 11조 1항과 2항을 종합하면 미국 상무부(DOC)의 연례심사에서 6년 연속 미소마진 판정을 받은 삼성전자의 컬러TV에 대해선 당연히 반덤핑 명령철회(Revocation) 결정이 내려졌어야 한다는 게 우리측 시각이다.

우리 정부의 양자협의 요청서한에서도 「산업피해가 있는 덤핑수출에만 정당화되는 반덤핑 조치를 91년이후 수출이 없어 산업피해가 유발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철회하지 않는 것은 관세무역일반협정(GATT)과 반덤핑 협정에 위반」임을 분명히 지적했다. 미국이 지난 84년 이후 계속 규제해오고 있는 컬러TV 반덤핑 조치로 삼성전자는 91년부터, LG전자와 대우전자는 92년부터 한국산 제품을 전혀 수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 상무부는 한, 미 통상회의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해온 삼성전자 컬러TV 반덤핑 철회요구를 사실상 묵살해왔다. 지난 3월로 예정된 반덤핑 명령철회 결정여부를 계속 미루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지난 95년 7월에 신청한 CCR(Changed Circumstance Review:변화된 상황에 대한 재심)도 2년 가까이 조사를 끝내지 않고 있다. 또 아직도 확정판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멕시코산 한국 컬러TV의 우회덤핑 조사결과와 이를 연계하려는 듯한 인상마저 주는 등 불공정 무역규제 혐의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WTO 제소에 미국의 우회덤핑 조사가 GATT와 반덤핑 협정에 위배되므로 즉시 종결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유도 우회덤핑 조사 자체가 협정에 근거가 없다는 점외에도 아예 한국산 삼성전자 컬러TV 반덤핑 명령철회건과 멕시코산 한국 컬러TV의 우회덤핑이 연계돼선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못박아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다 해도 통상 3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WTO 패널심의에서 미국측의 불공정 무역규제가 인정될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측 전망이다.

이번 WTO 제소에는 그러나 한가지 미묘한 사안이 얽혀있다. 지난 95년 WTO 출범 때 미국은 유럽연합(EU)이 시행해온 5년 「Sun-set Review」를 채택, 내년 7월부터 오래된 사안을 시작으로 이를 적용할 예정인데 한국산 컬러TV가 우선 대상이될 가능성이 높다. 이 「Sun-set Review」는 최종 덤핑판정을 받은후 5년이 지나면 이를 다시 조사해 산업피해가 없으면 종료시키는 제도. 즉 6년 이상 대미수출이 전무한 한국산 컬러TV에 대해 이를 적용할 경우 삼성전자 컬러TV도 반덤핑 규제대상에서 자연스럽게 풀려나지 않겠냐는 얘기다.

이에 비해 이번 WTO 제소는 그 결과가 11개월 후에도 나올 수 있다. WTO 협정상 미국은 우리 정부의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받은 후 10일내에 협의에 응해야 하고 60일간 협의가 진행된다. 여기서 만족할 만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우리 정부는 WTO에 패널설치를 요청할 수 있게되는데 패널설치 후 보고서 제출까지는 6개월에서 9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우리 정부가 미국을 WTO에 제소한 것은 그동안 미국에 끌려다니기만 했던 대미통상에 적지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자업계에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LG전자와 대우전자가 이번 제소를 크게 환영하고 있는 것도 미국의 무역규제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의 피해를 입고 있는데다 전자통상문제에 관한한 동병상련의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