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바트貨에서 시작된 동남아 통화 폭락사태가 필리핀 페소貨로 이어지고 또 말레이시아 링깃貨, 인도네시아 루피아貨 등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전자업계의 對동남아 수출과 현지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자3사를 비롯한 전자업계와 부품업체들은 바트화에 이은 페소화의 폭락으로 현지공장 운영과 이들 국가로의 수출전략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이를 최소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통상 5대5의 비율로 운영하는 선물환(헤지)거래를 바트화 평가절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3개월전에 바트화 3 대 미달러화 7로 돌려 피해를 줄이기는 했으나 현지생산 또는 수출을 통한 태국 내수시장 판매가 늘면 늘수록 손실이 커 이를 효율적으로 축소하기 위한 방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번 바트화 폭락으로 피해액이 연간 수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필리핀 페소화까지 크게 오르는 등 통화폭락이 동남아 인근국가로 번질 조짐을 보임에 따라 예상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보고 현지 생산제품의 수출전환 및 생산물량 축소, 이들 시장으로의 수출축소 등의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태국에서 컬러TV 연산 40만대, VCR 25만대, 세탁기 20만대 규모의 가전공장을 가동중이며 말레이시아에 가전종합단지, 인도네시아에 가전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주말 국내 본사의 외환담당자 2명을 태국 현지로 급파하고 아주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지원방안과 향후 대응방향을 모색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페소화, 링깃화, 루피아화 등 인근 동남아 국가 통화가 14일 외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급락하고 있는데 주목하고 우선 현지법인별, 사업부 수출부서별 자구책을 강구토록 지시하는 한편 본사 차원의 지원 및 대응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LG전자는 태국에서 컬러TV 연산 29만대, VCR 12만대, 오디오 8만대 규모의 가전공장(LGEMT)과 키폰 연산 11만대, 전화기 93만대 규모의 통신기기 공장(LGEST)을 가동중이며 내년에는 태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연산 20만대 규모의 2조식 세탁기 공장을 가동시킬 계획이다.
대우전자는 지난주에 준공한 연산 10만대 규모의 태국 냉장고 합작공장을 일단 예정대로 가동하되 연간 2만대 규모의 초기 생산능력을 당분간 확대하지 않고 당초 생산제품의 60%를 현지 내수시장에서 판매하기로 했던 계획을 수정, 전량 수출로 소화키로 현지합작선인 다이스타사와 합의하는 한편 태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수출계획 등 단기 전략을 수정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국내 본사에서 곧 개최할 예정이다.
전자부품업체들의 경우는 주로 달러 베이스로 수출거래하고 현지생산제품을 한국으로 공급하는 등 아직 큰 영향을 받지않아 완제품 업체들처럼 긴박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최근의 통화쇼크가 장기화될 경우 상당한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앞으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태국에서 영상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현지공장에 공급하는 물량이 전체 생산량의 10% 이내이고 대부분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커다란 타격을 입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트화 평가절하가 장기화될 경우 외환차입에 따른 이자급증 등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흥정밀은 태국 현지에서 생산중인 데크메커니즘을 주로 일본 현지업체와 달러로 결제하고 있어서 당장에 큰 피해는 없으나 일본 전자업체들도 현지 내수판매 제품의 생산을 축소하고 또 현지공장이 주요 부품을 한국에서 공급받아 조립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바트화 급락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것에 긴장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통신용 수정부품을 생산하는 싸니전기는 대부분 달러결제에 의한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직접적인 타격이 없지만 다음주 이후에는 현지 인플레이션과 같은 직간접적인 피해요소들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상황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을 수립해나갈 방침이다.
<이윤재,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