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면PCB업계 불황 탈출구 안보인다

지난 95년 중반 이후 국내 가전산업의 위축에 따라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국내 단면PCB(인쇄회로기판)업계가 지속적인 불황에 대한 뾰족한 탈출구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계속되는 경기부진 속에서도 그동안 비교적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려왔던 국내 단면PCB시장이 최근 최대 시장인 국산 컬러TV의 수출이 잇따라 급제동이 걸리면서 단면PCB 수요가 급감,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LG전자 인도네시아공장을 시작으로 해외진출한 국내 가전업체들이 원가절감과 글로벌소싱이란 명목아래 단면PCB 구매를 CMK 등 일본업체나 현지업체로 돌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PCB업체들은 해외진출 시점을 놓친 데다 투자리스크가 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95년 월 1백10만장()대를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작년 초 월 1백∼1백5만장, 작년 말 95만∼1백만장을 나타냈던 국내 단면 PCB생산량은 최근 일시적이나마 월간 90만장대 벽이 무너지는 등 위험수위를 향해 치닫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월 90만장의 수요는 현재 국내 단면PCB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대덕산업(40만장), 새한전자(20만장), LG전자(15만장), 청주전자(10만장) 등 4대 업체의 최대 생산분을 합친 것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한 양이다. 나머지 수십개 중소업체까지 합칠 경우 국내 생산능력이 최소한 1백30만장을 넘어선다고 볼 때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인 셈이다.

이 때문에 단면PCB 업체들은 국내 가전업계의 하반기 이후 경기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난 94∼95년 사이 「슈퍼엔고」와 같은 호재나 획기적인 상황변화가 없는 한 현재로선 TV, VCR, 오디오, 모니터, 전화기 등 주요 단면 PCB시장의 전망이 대체로 비관적인 것이 사실이다.

우선 단면PCB의 보고이자 최근 단면PCB 시장 침체의 주원인인 컬러TV의 상황은 가장 암담하다. 이는 국내 TV생산량의 60% 가량을 소화해왔던 독립국가연합(CIS)을 비롯한 동구권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시작된 수출감소를 만회할 만한 여력이 국내 가전업계에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가전3사가 TV수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판매라인을 재정립하고 임가공 수출로 동구권 수출의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예년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산 컬러TV의 마지막 보루로 간주되고 있는 중남미시장 역시 일본 TV에 비해 가격 및 품질경쟁력이 떨어져 큰 기대는 걸기 힘든 상황이다.

VCR도 TV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동남아 등 주력 수출시장이 도입기를 지나 성숙기를 맞았고 경쟁력 역시 계속 일본산에 밀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도 DVD플레이어의 출현에 대한 기대심리로 VCR의 매기가 줄고 있다. 게다가 DVD의 주력 PCB로는 당분간 양면이 주력 채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제경쟁력 면에서 한계선을 넘은 오디오나 속속 등장하고 있는 이동전화에 세력을 완전히 상실한 유선전화기 역시 전반적으로 단면PCB 소요량이 적고 시장회복에 대한 기대가 요원한 실정이다. 그나마 모니터가 단면PCB의 마지막 희망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이마저 17인치 이상의 대형모니터의 득세에 따라 양면PCB에 시장을 내줄 형편이다.

단면PCB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현재 9월 회복설이 고개를 들고 있으나 이제 가전3사를 보고 사업하는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고 전제하며 『단면업체들도 앞으로 세계시장을 겨냥한 직수출로 마케팅 방향을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덕산업 유영훈 부사장은 『아무리 정보통신쪽으로 전자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으나 가전의 영역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존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국내 가전시장의 포화기 진입과 가전업계의 글로벌생산체제 구축, 시장개방에 따른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해 PCB업체들도 세계화로 무장하는 길이 불황 탈출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