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디지털VCR 시장 서광 보인다

광디스크를 사용하는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플레이어의 그늘에 가려져왔던 디지털VCR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크게 디지털VCR와 디지털VHS VCR로 구분할 수 있는 디지털VCR는 DVD에 앞서 표준규격이 확정되어 한국, 일본, 유럽의 가전업체들이 상품화에 나섰으나 지난해 차세대 영상기기의 총아로 불리는 DVD플레이어가 상품화되면서 뒷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디지털 위성방송이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디지털TV(HDTV) 보급일정도 내년으로 앞당겨지고 있는 반면 당장 디지털 방송을 가정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녹화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현실속에서 디지털VCR의 존재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히타치가 미국의 디지털 위성방송업체인 에코스타 및 캐나다의익스프레스뷰사와 제휴, 디지털 VHS VCR를 상품화하기로 한 것은 좋은 예다.

또 현재까지는 DVD플레이어에 녹화기능이 없고 녹화가 가능한 DVDR가 상품화되기까지는 최소한 5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은 VCR사업에 미련을 갖고있는 한국과 일본의 가전업체들에게 또 하나의 기회로 인식되고있다.

여기에다 디지털VCR의 가능성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추세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 개인적으로 녹화하는데 따른 하드웨어업계와 영상소프트웨어 업계간 지적재산권 문제가 하나 둘씩 타결될 기미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말 일본에서는 소니, 마쓰시타 등 9개 주요 전자업체와 NHK, 일본영상소프트웨어협회 등 저작권 관련단체가 디지털 방식의 기기를 사용한 사적녹화에 대한 저작권 보호방안에 합의했으며 유럽에서도 이 문제가 포괄적으로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아날로그 기기와는 달리 디지털 기기는 무한대로 반복녹화를 해도 화질이 원본보다 떨어지지 않는 것이 최대의 장점으로 불법복제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켜 영상소프트웨어업체들의 디지털시장 진출을 소극적으로 만들어왔는데 바로 이러한 장애물이 제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가전업체들은 그동안 기존의 방송규격에 대응한 표준해상도(SD)급 디지털VCR기술을 확보하고도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영상소프트업계와의 마찰을 우려, 주로 방송용이나 디지털 캠코더로 상품화해왔는데 이제 거치형 디지털 VCR를 상품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시장의 동향에 따라 국내에서도 디지털VCR의 가치는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3사는 지난 94년부터 한국영상기기연구조합 주관으로 디지털 VCR를 공동개발하고 있는데 올초부터는 고선명(HD)TV나 디지털TV에 대응할 수 있는 HD급 디지털VCR(캠코더)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대우전자 전략기술 제1연구소 이진구 책임연구원은 『DVDR의 상품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디지털VCR가 입지를 마련할 수 있는 여지는 상대적으로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기존 아날로그 VCR사업을 통해 축적해온 기술 및 생산기반을 감안할 때 디지털 VCR는 광디스크 미디어보다 국내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품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