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京熙 한국전자출판협회 회장
정부는 지난 5월31일 전자출판물의 부가가치세 면제를 위한 부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확정, 당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조치는 세계 최초의 전자출판산업 진흥책으로 이러한 획기적 단안이 나올 수 있도록 수고한 재경원과 문화체육부 당국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전자출판물의 부가세 면제조치의 시행이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결돼야 할 문제가 있다.
우선 전자출판물 가운데 어느 제품이 면제대상인가를 객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인증기관이 지정돼야 한다. 왜냐하면 전자출판물의 부가세 면제대상 품목이 텍스트에 기반한 멀티미디어 제품으로 한정돼 면세대상의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인증기관이 없으면 대상품목 여부를 두고 전자출판업체와 일선 세무소 사이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이러한 전자출판물 인증제도에 관한 구체적인 결정이나 논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충분한 검토를 거쳐 합리적인 결정이 바로 뒤따라야 하는 문제임에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선례가 없는 것이어서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전자출판물의 부가세 면제에 관한 부가세법 시행규칙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미 출판되어 있는 도서나 정기간행물의 내용을 음향이나 영상과 함께 CD롬 등 전자적 기록매체에 수록한 것을 전자출판물로 인정해 부가세를 면제하며, 새롭게 간행하는 (종이)도서나 정기간행물과 함께 동일한 내용으로 전자출판물을 간행할 경우 이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규정에 구체적이고도 합리적인 판단기준을 설정하고 집행하는 주체의 선정에는 고도의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전자출판물이 부가세 면제대상이 되려면, 인증제도가 구체적으로 규정한 절차에 따라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바코드를 받아 케이스에 부착해 납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납본을 대행할 주체는 인증과정에서 한국십진분류(KDC)번호 및 서지사항에 관한 간기(刊記)의 올바른 표기를 유도해 유통과정에서 여타의 전자출판물과는 판별이 용이하도록 특정한 마크를 별도로 표시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수행하는 주체의 전문성은 반드시 고려돼야 할 문제다.
현재 한국의 전자출판산업은 몇몇 전자출판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출발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전자출판협회 산하의 30여 회원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출판 관련 소프트웨어에 관한 개발의욕은 매우 높으며, 실제로 우리 협회 회원사가 개발, 출시한 품목만도 1997년 6월말 현재 3백여 종에 이른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전자출판의 내일을 위하여 애쓰고 있는 전자출판인들의 의욕을 뒷받침하고자 하는 정부 당국의 배려에 발맞추기 위하여, 우리 전자출판인들과 학계, 관계 인사들이 전자출판물 인증제도 정착을 위하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자리(예컨대 심포지엄)를 조속히 열 것을 이 자리를 빌어 제안하는 바다. 어렵게 마련된 전자출판산업 진흥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다시 한번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