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갓난아이 우는 소리와 다듬이 소리, 글읽는 소리를 삼희성(三喜聲)이라 했다. 가장 듣기 좋아하는 세가지 소리라는 뜻이다. 낭랑한 운율의 글읽는 소리가 교교한 달빛을 타고 흐르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다듬이 소리가 화답이라도 하면 선계(仙界)가 따로 없는 듯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암울했던 36년간 식민통치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했던 소리는 「대한독립」이었을 것이다. 1945년 8월15일 「일본의 조건없는 항복과 대한민국의 독립」이라는 꿈에도 그려왔던 그 소리를 바로 라디오가 전해주었다. 요즘 박물관에 가서야 구경이나 할 수 있는 그 당시 라디오의 생김새는 참으로 단순했다. 되처럼 네모난 통에 전원을 켜고 끄며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 하나가 달랑 붙어 있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나면서 현재 라디오는 오디오로 발전해 AM뿐만 아니라 FM방송, 레코드판(LP), CD, 테이프를 감상하게 해 준다.
이처럼 오늘날 전자제품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능의 복합화다. TV와 VCR를 하나로 묶은 TVCR가 탄생했으며 복사기, 프린터, 팩시밀리 기능을 갖는 복합기도 등장한 지 오래다.
컬러TV와 라디오(오디오)도 구조가 비슷해 통합시키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두 제품을 한데 묶는다는 말은 아직까지는 못 들어 봤다. 그것은 두 제품이 나름대로 전문화하고 발전해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전자4사가 공동으로 통산부 국책과제로 1천억원 가량을 투입, PCTV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단말기 하나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가는 멀티미디어 시대에 대비하고 특히 규모가 큰 가정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취지는 좋아보인다. 그렇지만 TVCR, 복합기 등이 성공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며 최근에 등장한 인터넷TV조차도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복합제품들이 소비자의 요구보다는 생산자의 필요가 앞섰기 때문이다. 이번 PCTV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 앞서 진정 소비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전자4사가 추후에라도 있을지 모르는 자금을 노리고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비난을 사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