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유통업계 여성파워 시대 (13)

39쇼핑 최고참 텔레마케터 김현미씨

대화법에 능숙한 여자. 전화 한 통화로 그녀에게 유혹당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다. 유선을 타고 맑은 미소가 고객에게 전해지는 것일까. 전화는 얼굴을 볼 수 없다. 비록 고객들은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지만 분명 해맑은 미소를 가진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케이블TV 홈쇼핑채널인 39쇼핑 텔레마케터 김현미씨(32). 자녀 한명을 둔 가정주부. 50여명의 텔레마케터중 최고참이다. 경력은 1년 남짓. 그녀가 홈쇼핑에서 유리한 조건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39쇼핑에서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 「톱맨(?)」이다.

3회 연속 최고매출 기록. 월평균 매출 2억원. 하루 수주건수 1백여건. 그녀가 지난 4월 장려상을 수상할 때의 공적이다. 이후 현재까지 그녀의 매출실적은 난공불락의 아성이다.

『텔레마케팅은 고도의 세일즈입니다. 따라서 텔레마케터는 최고의 세일즈맨이기도 하죠. 생면부지의 고객들과 따뜻한 대화로 판매를 유도하고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 뿌듯한 자긍심을 느낍니다.』

그녀는 텔레마케터를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녀가 이 길로 접어들게 된 것 또한 우연이 아니다. 코오롱 의류수출팀에서 6년여간 일을 했고 이후 상은신용관리주식회사에서 1년 6개월간 몸을 담았다. 결혼이후 잠시동안의 공백. 일하는 것이 몸에 밴 그녀는 자신의 일을 찾던 중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을 찾았다. 대중앞에 나서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맨투맨 대화」에 그녀는 항상 자신이 있다. 지난해 6월, 그런 자신의 적성에 꼭 맞는 일을 찾은 것이다.

『이 일이 좋은 이유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일에서 벗어나 자기관리를 할 수 있는 여유가 많다는 점도 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부문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신명이 절로 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일이 그녀에게 신명만 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에 대한 불만을 흥분으로 일관하는 고객을 만나면 등에서 식은땀부터 먼저 난단다. 하지만 이미 동이 난 제품을 찾는 고객의 신원을 확인해뒀다가 나중에 다시 연락을 했을 때 고마워하는 고객을 볼 때 스트레스는 일거에 가신다. 그래서 더욱 신명난다.

『한번은 때아닌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저는 제 일을 했을 뿐인데 친절에 고맙다는 성의로 꽃다발을 받은 것입니다. 결혼당시 남편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은 것 이상으로 흥분되는 일이더군요.』

그녀는 40살을 정년으로 생각하고 있다. 굳이 40살을 정년으로 정한 이유는 그동안 열심히 일을 해 벌어놓은 돈으로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는 것. 여행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을 가꾸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40살 정년론」이다.

『케이블TV 홈쇼핑이요? 비록 지금 시장은 작지만 앞으로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신뢰가 바탕이 되는 사회에 편리성을 더한다면 소비자에게는 더없는 쇼핑이겠죠.』

20살 같은 32살의 텔레마케터 김현미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경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