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중전기기 수출전략

李壽珍 한국전기공업진흥회 부회장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에 따른 개방화 물결과 함께 정부조달 협정이 발효되면서 국내 중전기기 업계는 내수시장 방어와 해외시장 공략이라는 새로운 명제를 부여받았다. 특히 내수, 관납에 의존해온 기존 관행에서 탈피, 시장개방이라는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자생력을 강화해야 된다.

국내 중전기기 수출은 지난 90년 이후 연평균 19%씩 성장해 왔음에도 세계시장 점유율은 1% 미만에 불과하며 이것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중국 등 후발 공업국의 강력한 도전으로 그동안 강세를 보여왔던 동남아 시장을 내줘야 하는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물론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몇몇 기업의 경우 공동화 품목 및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 이를 특화하는 방식으로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으나 수출시장 개척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중전기기 업계가 수출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대기업과 몇몇 중소기업을 제외하고는 해외시장 진출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이 수출시장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며 지레 포기하고 내수시장에 안주하는 습성이 몸에 뱄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요즘같이 경제가 어렵고 내수시장의 포화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돌파구는 수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으며 중전기기 업계로서는 이같은 문제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정부, 단체, 업계가 공동인식하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수출산업화를 앞당겨야 한다.

수출촉진을 위해선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품목을 우선 개발하고 지원하는 등 생산전문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업계의 기술개발을 위해 각종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해외시장 개척기금을 조성하여 수출유망업체 및 해외전시회 참가를 지원하는 등 해외 마케팅 분야에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해외건설 업체 및 플랜트제작 업체는 국내 중전업체와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으로 해외건설 수주 때 국산 전기기자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각국의 불공정하고 시장폐쇄적인 무역관행과 투자장벽 사례를 다각적으로 발굴, 해결해 나감으로써 우리 기업의 대외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해 주어야한다.

특히 중전기기업계가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제규격 및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 등 수출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외국과의 상호인증 협약 체결로 수출애로 요인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업계에서도 유럽의 CE규격이나 러시아의 GOST 규격 등 새로이 대두되고 있는 기술장벽에 사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며 동남아지역에 편중돼 있는 시장을 서남아, 남미, 중동 등으로 다변화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최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홍콩 특수와 인프라 확대가 기대되고 중화경제권 및 동남아 화교경제권에 대한 진출 교두보가 마련될 것으로 보여 이 지역에 대한 관심과 함께 에이전트 확대로 수출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해외 소량주문시에도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보이는 등 신용과 인지도를 높이고 AS에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보다는 해외입찰 정보를 신속히 입수해 동종 업체간 컨소시움을 구성, 입찰에 참가함으로써 해외입찰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이밖에 해외시장 개척 및 조사와 해외전시회 참가 등을 통해 해외시장 정보를 입수, 분석하고 수출유망국에 대해서는 유력인사를 초청해 국내 제품의 우수성과 품질을 알리는 등 홍보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업체 자체의 경쟁력 확보와 수출마인드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절박한 인식과 도전의식이 있을 때 세계시장은 우리 가까이 다가올 것이며 21세기 수출산업국으로 우뚝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