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TV가 융합되는 새로운 개념의 PCTV가 국내에서는 TV를 중심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현대전자 등 전자4사는 통상산업부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PCTV 개발프로젝트와 관련, 국내 업체들이 기술, 생산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TV산업을 바탕으로 PCTV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실무작업을 담당할 조직과 인력을 구성하고 있다.
전자4사의 이러한 움직임은 그동안 가전업체들이 TV에 PC의 기능 일부를 넣어 고화질과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TV 개념을 제안하려 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게이트웨이2000, 컴팩, 모비우스컴퓨터 등 지난해부터 미국의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상품화하고 있는 PCTV와는 상이한 접근이 시도될 것으로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의 PC업체들이 선보인 PCTV는 펜티엄급 이상의 CPU(중앙처리장치)와 윈도95 등 기존의 PC 운용체계(OS)를 채택하고 30인치 안팎의 대형 모니터를 장착하고 있는데 가격은 1대에 3천∼5천 달러에 이르고 있다.
TV사업과 함께 PC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당초 PCTV개발 프로젝트를 PC사업부가 주관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었으나 결국 HDTV개발을 주도해온 기술총괄산하 신호처리연구소가 담당하기로 했다.
신호처리연구소 송동일 이사는 아직까지는 『전자4사가 제시할 PCTV의 개념을 정확히 밝히기는 어려운 단계지만 정보와 오락기능이 가미된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시대의 주체는 역시 TV라는 관점에서 PCTV의 윤곽을 잡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LG전자 역시 HD(고선명)TV연구를 지속해온 멀티미디어연구소 방송그룹과 지난해 평택연구소에 설립한 PCTV팀을 주축으로 PCTV개발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PCTV팀의 김교선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디지털TV와 관련해 축적해온 요소기술이 PCTV개발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LG전자는 HDTV를 바탕으로 PC기능을 가미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전자도 디지털TV와 인터넷TV개발을 주도해온 전략기술 제1연구소에서 별도의 팀을 구성해 PCTV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전략기술 제1연구소 장규환 이사는 『이번 PCTV개발 프로젝트는 국내 전자업계가 향후 정보가전시대를 이끌어갈 신개념의 상품을 주도적으로 제안해 보자는 시도와 함께 미국의 컴퓨터업계가 안방과 거실을 차지하려는 전략에 대응하자는 의미도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에서는 HDTV개발의 연장선에서 PCTV가 제안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전자는 아직까지 PCTV개발을 담당할 조직을 선정하지는 않았지만 정보통신연구소 소속의 HDTV개발인력과 미디어연구소의 디지털세트톱박스 연구인력이 PCTV개발을 주도하거나 또는 양쪽을 합친 새로운 팀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PCTV는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될 가능성이 있는 운용체계(OS)는 물론 다양한 응용 소프트웨어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나 국내 업계가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분야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점이 향후 가장 큰 문제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업체들이 궁극적으로 전세계의 디지털TV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개발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해외의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적극적으로 검토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PCTV공동개발프로젝트에는 통상산업부가 전자4사와 공동으로 내년부터 오는 2000년까지 총 1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