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리얼타임) 프린팅을 실현하라.」
얼마나 빨리 고품위 문서를 출력해내는가도 프린터업체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삼보컴퓨터, 한국휴렛팩커드, 롯데캐논, 큐닉스컴퓨터 등 주요 프린터 공급사들은 올들어 출력속도를 분당 10장 이상으로 높인 고성능 레이저프린터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또 분당 6∼8장 이상씩 고속으로 인쇄물을 출력해주는 보급형 잉크젯프린터도 잇따라 등장해 속도경쟁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반 복사기가 동일한 문서를 분당 20장씩 단순 복사하는데 비해 프린터는 각기 다른 내용의 문서를 분당 10여장 인쇄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최근 프린터업계의 속도경쟁 사례로 손꼽히는 것이 한국HP와 삼보컴퓨터 간 자존심을 건 잉크젯 출력 속도경쟁이다.
한국HP는 올해 전략상품으로 인쇄속도를 기존 제품보다 두배 향상시키고 부가기능을 대폭 추가한 「데스크젯870」 모델을 개발, 전문가와 고급 사용자층을 대상으로 집중 판매해왔다.
이 제품은 흑백인쇄시 레이저프린터와 동일한 속도인 분당 8장을 인쇄할 수 있도록 특수 설계돼 전세계 프린터업계를 바짝 긴장시킨 명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HP는 지난달에도 인쇄속도를 크게 개선한 최저가형 프린터 「데스크젯670K」를 추가로 발표하는 등 인쇄속도와 품질을 염두에 둔 제품 라인업을 보강하고 나선 상태다.
이에 맞서 삼보컴퓨터도 최근 일본 엡슨사의 엔진을 사용한 고성능 잉크젯프린터를 대거 발표해 HP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삼보가 내놓은 제품은 출력 해상도를 1천4백40dpi로 높이고 흑백 인쇄물 최대 출력속도를 분당 8장으로 향상시킨 「스타일러스칼라800H」와 기존 제품보다 영상표현능력을 12배나 개선해 사진과 동일한 인쇄물을 출력하는 「스타일러스칼라 포토」 등 3개 모델.
삼보 스타일러스칼라 시리즈는 분당 8장 수준의 초고속 인쇄가 가능해 15장 이내의 소량 인쇄시 레이저프린터보다 훨씬 신속하게 출력물을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밖에 큐닉스컴퓨터가 노즐수를 기존 제품의 2배 수준인 1백28개로 크게 늘린 잉크젯 헤드를 채용해 2줄을 한꺼번에 인쇄할 수 있는 고속 잉크젯프린터 「큐씨네칼라Ⅱ」를 공급하고 있고, 롯데캐논도 분당 7장씩 고속 인쇄가 가능하고 연속용지, 고광택필름, 직물용지 등 특수 출력용지를 지원한 A2용지 컬러프린터 「BJC5500K」를 최근 내놓았다.
이같은 속도경쟁은 레이저프린터 부문에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레이저프린터 업체들은 내장 컨트롤러에 탑재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24∼40㎒급 RISC프로세서로 전면 대체한 상태다. 이들 업체는 또 프린터를 켠 후 첫번째 인쇄물이 출력되는 시간도 최소화해 체감 인쇄속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HP는 첫장의 인쇄 대기시간을 기존 1분에서 18초로 단축한 「HP레이저젯6L」을 주력상품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큐닉스컴퓨터는 분당 24장을 인쇄할 수 있는 네트워크프린터 「큐레이저 SF800N」과 AMD사의 32비트 프로세서를 내장해 분당 16장씩 인쇄할 수 있는 「큐레이저 SF730」 「SF770」을 시판중이다.
또 코리아제록스는 네트워크 상에서 프린터 서버로 활용가능한 고성능 네트워크프린팅 시스템 「제록스 α2063」과 전원을 켠 후 75초 이내에 첫장을 인쇄하고 분당 12장씩 출력가능한 「제록스 α1261」 모델을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텍트로닉스는 분당 14장을 인쇄할 수 있는 「페이저560」, 한국IBM은 기업체 사용자층을 겨냥한 62ppm급 고성능 연속용지 프린터 「IBM 인포프린트62」, 엘렉스테크는 고속 연산처리용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해 분당 17장 인쇄할 수 있는 「하이퍼레이저3170」을 시판중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로 프린팅 속도가 향상되면 내년 상반기에는 분당 20장 이상 출력가능한 초고속 프린터가 대중화돼 복사기보다 빠른 프린터 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