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다.
혜경의 방으로 들어설 때마다 사내는 자신의 방에 있는 것과 동일한 테라코타의 유방과 엉덩이를 만지곤 했었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유난히 풍만한 테라코타의 젖가슴. 혜경의 젖가슴이 테라코타의 젖가슴처럼 때가 탔다면 사내와 혜경의 테라코타보다 더 반질반질 윤이 나고 있을 거였다.
한 손아귀에 잡을 수 없을 만치 풍만한 혜경의 젖가슴이 사내에게 임의로워지기까지는 그 테라코타의 젖가슴 만지기가 많은 역할을 했다. 가식을 통한 진실 유추. 사내는 테라코타의 젖가슴을 만질 때마다 혜경 스스로 자신과 테라코타를 동일화시키는 환상에 빠트린 것이었다.
사내는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정지되면서 광화문 네거리의 풍경이 나타났다. 불길은 솟아오르지 않았다. 사람도 없었다.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사내는 리모컨을 조작해 카메라의 방향을 시청 쪽으로 옮겼다. 시청 쪽의 맨홀에서도 불길은 더 이상 솟아오르지 않고 있었다. 자욱한 연기만 솟구치고 있었다. 종로 쪽도 마찬가지. 불길은 잡혀 있었다.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다시 사마귀의 섹스 장면이 화면 가득 나타났다.
세 시간.
세 시간 동안 몸체가 작은 수컷이 암컷 위에 올라타 성기를 깊숙이 박고 교미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놓여 있는 테라코타를 머리맡으로 옮기고 털썩, 다시 침대로 누웠다. 화면 가득 보여지는 사마귀의 섹스.
사내는 느낌이 좋은 테라코타의 젖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살살. 그랬다. 처음으로 혜경의 젖가슴에 손을 댔을 때도 사내는 테라코타의 젖가슴을 만지듯 했었다. 하지만 그때 혜경의 반응은 대단했다. 사내의 손끝이 닿는 순간 온몸으로 전율하던 혜경. 사내는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좋은 느낌.
그것은 진실이었다. 사내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듯이 많은 노력 후에 이룬 결과였다. 혜경이 우연히 제주도 종마장에서 말들의 섹스를 보게 된 것도 이미 예정된 결과였다. 팔뚝만한 성기를 강력하게 늘어뜨린 채 암컷의 등 위로 올라타던 검은 종마. 그날 밤 혜경은 사내를 자신의 호텔로 들어서게 했다. 잔득 술에 취한 듯했던 혜경이었다.
『전등 스위치 어디 있지요?』
『몰라요.』
때로는 진실을 위해 가식이 필요했다. 그들에게 진실은 섹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