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중소기업시대 (46);유진로보틱스

『지능형 로봇이나 고속 정밀조립이 가능한 로봇 등 비표준화된 로봇 개발에 주력, 외산 홍수속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산업용 로봇 전문업체인 유진로보틱스 신경철 사장(42)은 국내 산업용 로봇의 내수시장 규모가 매우 작기 때문에 표준화된 로봇만으로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고 성능 대비 가격도 외산보다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특화된 기술과 제품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88년 (주)기신엔지니어링으로 출발, 로봇 사업에 주력한다는 의미에서 유진로보틱스로 상호를 변경한 이 회사는 대구에 있는 본사와 공장에서는 로봇의 가공 및 설치 제작을, 지난해 설립한 서울의 자동화연구소에서는 R&D를 담당하는 이원화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연구소를 중심으로 매년 한 두 가지의 특수형 로봇을 개발, 이 분야에서는 내노라하는 대기업과 외산 제품을 능가하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이 회사는 시각인식 로봇에 네트워크 통신 기능을 접목한 도금용 로봇을 포항제철에 납품했으며 기존 로봇이 30kg 이하의 경량물을 취급하는 데 비해 1백80~3백20kg까지 취급할 수 있는 전기도금공장 애노드(강판 도금용 아연전극) 투입 로봇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 광양제철소에 설치하기도 했다.

또 이 회사는 자동차 도장처리 공정의 전착도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자동 전착도장시뮬레이터를 개발해 포항제철에 납품했으며 반도체 조립 검사 로봇시스템을 모토롤라사에, 선박후판 마킹로봇을 현대중공업에 납품하는 등 총 1백건이 넘는 설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이같은 실적을 보유하면서도 외산 완제품을 도입하여 공급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디자인에서부터 설계, 제작, 설치까지 대부분 자체기술로 수행해 낸 것이다.

이 회사는 이같은 기술력 및 다양한 시스템 설치경험을 바탕으로 로봇시스템 엔지니어링 전문업체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단순 용접이나 조립 차원을 넘어 대기업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로봇을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선진업체와의 기술제휴로 로봇의 공급에 주력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94년 16억원, 95년 20억원, 96년 30억원에 이어 올해는 60억원, 2000년에는 2백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예정으로 있는 등 어려운 사업 여건에도 불구하고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이 회사는 향후 수출에도 본격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조립 및 중량물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의 6개 로봇 전문업체들과 합작회사인 파텍(주)을 설립한 것을 계기로 이들의 판매망과 기술력을 최대로 활용, 해외시장에서도 승부를 걸어볼 생각이다.

이와는 별도로 이미 이 회사는 올 초 미국의 4개 업체와 공동으로 로봇 및 CIM(컴퓨터 통합생산)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 검사장비 개발에 착수, 올 해 말까지 개발하는 국제 프로젝트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데 이미 상당 물량의 수출을 확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와 미국 미시간대에서 로봇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신 사장은 국내 로봇산업의 문제점과 관련 『대기업 위주로 구성돼 있다 보니 블럭화가 매우 심해 로봇 전문업체의 시장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대기업의 영향권 밖인 중소 수요업체들의 경우는 품질이나 기능을 따지기 보다 가격에만 집착해 로봇 업체들의 기술개발이 부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꼽고 『중소 전문업체가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수 로봇 등 비표준화된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