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전격 체결된 미국 휴렛패커드(HP)와 플루크(FLUKE)의 계측기기 공동판매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끌던 한국HP와 한국플루크간의 계측기 국내 공동판매도 협상이 지지부진, 당초 계약체결 후 2∼3개월 이내에 실시키로 했던 양사간의 계측기기 공동판매도 늦춰질 전망이다.
계약체결 직후 양사는 두달여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한국HP는 자사 판매망을 통해 플루크의 스코프미터, 멀티미터, 다기능 카운터 등의 소형 전자계측기를 판매하고 플루크도 국내 16개 대리점에서 HP의 오실로스코프, 멀티미터, 카운터, 로직 프로브, 주파수 발생기 등에 대한 마케팅 및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양사는 3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양사 대표가 한두차레 만났을 뿐 구체적인 일정 등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국HP측은 『계측기 공동판매제 도입에는 이의가 없으나 후속조치가 미흡, 다소 시일이 지체되더라도 철저한 준비작업을 거쳐 공동판매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플루크의 정태영 사장은 『중국 등 아시아지역의 사례를 참고하고 이를 토대로 대책을 수정 보완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등에서도 시행이 늦어지면서 아직까지 선례가 없어 한국내에서 공동판매에 나서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 사장은 『양측의 제휴가 강제사항이 아니고 각국의 시장특성에 따라 현지법인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시행일정 및 방안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양측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HP는 98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올 11월 이후에나 한국플루크와의 제품 공동판매에 들어간다는 입장이고 한국플루크도 이에 수긍하는 모습이다.
또한 양사는 각사의 계측기기 카탈로그에 양사의 제품을 수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가능한한 분기에 맞춰 시행일정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양사가 공동판매하는 제품의 품목을 더 늘리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사의 계측가 공동판매가 늦어지자 국내 계측기 중소업체뿐만 아니라 국내에 법인을 두고 있는 외국업체들도 충격을 최소화하고 대책마련에 필요한 시간을 그만큼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안도하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무튼 한국HP와 한국플루크가 올 연말 제품 공동판매를 목표로 전략적 제휴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남은 4개월여 동안 시장확대를 모색하는 HP, 플루크와 이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국내외 계측기업체들간의 시장확보를 위한 물밑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온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