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사업 구조조정 박차

부품업계에 사업구조 조정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초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대그룹의 연쇄부도에 따른 전반적인 자금시장의 경색과 전자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상황변화에 탄력 대응키 위해 중소 부품업체들이 공장의 지방 이전 및 통폐합,해외진출,유휴부지 매각,직수출 확대 등 다각적인 사업구조 조정책을 마련,시행에 옮기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그룹의 부도유예협약대상기업 선정을 계기로 「5대 그룹을 제외한 모든 대그룹들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금융계 및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중소업체들의 심각한 자금난이 우려됨에 따라 이같은 부품업체들의 사활을 건 사업구조 조정은 앞으로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수단은 주력 생산기지의 적극적인 해외이전을 통해 R&D기지와 양산기지를 국내와 해외로 2원화하는 것. 90년대 초까지만해도 저임금국을 통한 단순 우회생산에 그쳤던 부품업체들은 최근들어 해외공장을 아예 양산기지로 집중 육성하는 대신 국내공장은 고부가 특수품목의 생산 및 R&D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다소 방만하게 운영돼온 여러 공장을 한 곳으로 통합,슬림화하거나 지대가 비싼 서울공장을 폐쇄하고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추세도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커넥터업체인 AMP(경산),노이즈필터업체인 동안전자(용인),데크업체인 공성통신(춘천),릴레이업체인 유유(김포) 등이 최근 공장을 통폐합했고 대성전기, 태봉전자, 코모트전기 등 상당수 업체가 지방으로 생산라인을 이전했다.

과거에 신규 투자를 위해 매입한 공장 또는 유휴부지를 매각 또는 임대함으로써 어려워진 자금융통을 원활히 하고 금융부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스위치업체인 경인전자가 안산공장을 매각한 것이나 PCB용 동박업체인 태양금속이 설비증설용으로 남겨두었던 부지를 최근 임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내수경기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뿐더러 LC거래에 따르는 자금순환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로컬 및 직수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최근 눈에 띄는 현상중 하나다. 이에따라 최근 수출의 관건인 ISO9000인증이 중소부품업체로 대거 확산되고 있으며,관련 잡지나 인터넷을 통한 해외홍보, 인터넷 홈페이지개설, 해외영업망 및 인력 확충, 해외 동종업체와의 전략적제휴, OEM수출 등 다각적인 전략이 시도되고 있다.

이밖에도 중소 부품업체들은 경쟁력이 한계에 달한 품목을 단종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가 하면 개별 부품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기술적 관련성이 높은 세트, 반제품, 모듈, 관련 원부자재 등 전후방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등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현 국내 전자산업구조조정에 동참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에도 대선 등의 경제 외적인 변수가 많아 경기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이미 국내 부품업체들의 입지가 위험수위에 달해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