具滋豊 한국디스프레이연구조합 사무국장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은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많은 관심과 호응 속에 견실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같은 발전은 산업 초기단계부터 정부와 학계, 업계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기적인 상호교류를 통해 각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는 짧은 기간에 이같은 안정적 발전구조 속에서 놀라운 성장을 일구어 냈으며 현재도 디스플레이 강국을 향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모듈업체의 과감한 투자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우리나라를 제2의 디스플레이 생산국으로 부상시켰으며, 세계시장 점유율도 LCD가 10%, 브라운관이 40% 이상을 점유하면서 일본을 바짝 뒤쫓아가고 있다.
하지만 모듈업체의 선도적 발전의 이면에 부품, 장비업체의 불안정한 기반구조가 어둡게 자리잡고 있음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는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관련부품, 장비를 일본에 의존함에 따라 이들 제품을 일본 업체간 내부 거래가격보다 20∼40% 이상 비싼 가격에 수입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결국 이는 국내업체들이 생산하는 모듈의 코스트 상승을 유발함으로써 국산제품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정부에서는 중기거점사업으로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 장비 개발을 일부 지원해 오고 있으며, 이는 황무지 같던 국내 관련 부품, 장비산업에 토양을 제공했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품질이나 신뢰성 면에서 아직 뛰어난 수준은 아니며 외국제품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각 업체가 기술개발에 더욱 전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소 부품, 장비업체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며, 이는 이들 업체의 탄력적 성장과 함께 국산화 및 수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장비 및 재료 산업을 육성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듈업체의 국산제품 사용의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모듈업체가 외산장비와 부품을 사용하는 것은 제품의 신뢰성 때문이다. 국내제품은 개발만 이루어졌을 뿐 현장에서 실제 사용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모듈업체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내 생산업체들을 외면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모듈업체가 외국 장비, 재료업체에 기술적으로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이같은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고 모듈업체와 장비, 재료업체가 동반자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호 긴밀한 협조체제를 통해 국산제품의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데 한층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모듈업체와 부품, 장비업체는 동반자적 관계로, 공존을 위한 상호유대가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상기해 주었으면 한다.
이와 함께 장기적 차원에서 10∼15년 이후에 상품화될 차세대 분야의 기초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선도적 입장에서 분위기를 유도해가며 산, 학, 연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향후를 대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향후 전개방향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이 산업이 반도체산업을 이을 차세대 유망산업이라는 인식에는 이견이 없다. 향후 거대시장이 형성되기 이전에 정부와 산, 학, 연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협력을 지속적으로 이루어간다면 세계시장에서 우리는 디스플레이산업의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