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무너지는 통신영역 (5);유선과 무선통신간의 경쟁

통신서비스의 분류법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선(線)의 있고 없음,즉 유선통신과 무선통신으로 가르는 것이다.

이러한 유, 무선 분류방법은 지금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유선통신서비스 시장과 무선통신서비스 시장 자체가 완전히 분리돼 있는 데다 상호 보조적인 수단으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반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이동중의 통신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동전화나 무선호출서비스등의 무선통신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지 유선전화 대신 이동통신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통신기술의 고도화와 통신서비스의 경쟁 확대는 이러한 고전적인 명제에 반기를 들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상호 보조적인 수단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상호 경쟁적인 요인이 돌출하고 있는 것이다.

유선통신이 가진 최대의 장점은 안정성이다.일단 「통화중」인 경우를 제외하면 통화 성공률은 1백%에 가깝다.통화하는 도중에 끊어지는 확률은 물론 거의 없다.

반면 무선통신,엄밀하게 표현해서 이동통신서비스가 내세우는 것은 이동성이다. 사용자가 어디에 있건 통화가 가능하다.

이같이 유선과 무선통신이 가진 각각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상대방에게는 단점이다.유선통신이 가진 최대의 단점은 이동성 부족이고 무선통신은 통화의 안정성이 아킬레스건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유선과 무선통신간의 영역 파괴는 각각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해소해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우선 무선통신서비스는 기지국 설계 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기술의 개발로 통화의 안정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특히 이동전화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수신율 불량이 무선호출이라는 보조수단으로 거의 해소되면서 이동전화가 일반전화의 보조재가 아닌 독립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통신의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유선통신의 전유물이던 데이터통신이나 멀티미디어통신이 무선을 통해서도 가능해지면서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유무선의 구별이 무의미해지고 잇다는 진단이다.

유선통신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최대 약점인 이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 유선전화의 통화반경을 획기적으로 넓힌 9백MHz 가정용 무선전화기의 등장은 그같은 노력의 시작이다. 또한 일반가입전화의 부가서비스인 착신전환서비스 역시 일반전화가 가진 고정통신의 이미지를 크게 개선시켜 나가고 있다.

구태여 값비싼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도 일반전화만으로 이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중심으로 표준화작업이 진행중인 보편개인통신(UPT:Univeral Personal Telecommunication)서비스는 유선계통신서비스의 이동성확보를 위한 궁극적인 목표점이다.차세대 지능망서비스의 일종인 이 서비스는 단말기의 이동성을 강조하는 이동통신과는 달리 가입자의 이동성을 강조한 것으로 가입자의 위치와 단말기의 종류와 관계없이 개개인의 ID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선계와 무선계 서비스의 벽을 허무는 가장 결정적인 수단은 요금파괴다.

예를 들어 고가서비스의 대명사인 이동전화서비스를 제대로만 이용하면 일반전화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시외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0초당 9원의 요금을 적용하는 이동전화 이코노미 서비스의 경우는 2백km이상의 구간에서 일반 시외전화요금보다 상대적으로 싸고 올해초 서비스를 시작한 시티폰 역시 2백km 이상 구간에서의 요금이 일반 시외전화보다 싸다.

이는 이동통신서비스가 그동안 일반전화의 고유영역이었던 유선 시외전화 시장을 적지 않게 잠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