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 적용 대상기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사실상 올 상반기 공작기계 내수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기아중공업의 향배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등 기아중공업과 치열한 시장점유율 선두다툼을 벌였던 회사들과 두산기계, 화천기계, 통일중공업, 삼성항공 등 경쟁관계에 있던 회사들은 기아사태가 자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득실을 분석하고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공작기계 업체들은 공작기계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통상 10년 가까이 사용하는 고가 시설재이고 중고장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서 고객들이 회사의 존립 자체가 불안한 기아의 제품을 선뜻 구매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 이탈고객을 흡수하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또 일부 업체는 기아중공업이 현금확보를 위해 자동차 판매가의 30%를 할인 판매하고 있는 기아자동차와 같이 공작기계도 큰 폭으로 할인 판매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일선 영업망을 통해 기아 동향수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업체 관계자는 『기아그룹의 협력사 중 1차 벤더를 제외하고는 기아중공업의 공작기계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데 이들 업체의 자금난 가중으로 설비투자를 대부분 유보하거나 취소할 것으로 보여 공작기계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기아중공업은 『부도유예협약 적용소식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은 구매상담이 전면 중단됐으나 19일부터 정상을 되찾기 시작해 지금은 생산, 판매, 연구개발, 애프터서비스(AS)에 이르기까지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3일 현재 기아중공업의 공작기계 수주실적은 45억원으로 상반기 평균보다 10억원 정도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해보다는 늘어났으며 재고규모도 적정수준인 70대선에 크게 못미쳐 신기종을 중심으로 오히려 생산량을 증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아중공업은 이미 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은 납기를, 예정 고객들은 AS를 우려하고 있어 자칫하면 상당수의 고객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아중공업은 생산, 영업, 설계, 연구소 인력까지 동원이 가능한 모든 인력을 포함, 순회서비스 팀을 구성, 고객 지원체제를 강화하고 24시간 AS체제에 들어갔으며 오는 9월까지 자사 제품을 한 대라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 점검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마케팅 측면에서는 고객이 현금으로 제품을 구입할 경우 최저가에서 5%를 더 할인해 주는 한편 구 기종을 대체할 신제품으로 신규 수요도 창출해 나가기로 했으며 수출 부문도 오는 9월로 예정된 유럽공작기계전시회(EMO)에 예정대로 참가하는 등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