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永滿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21세기 정보서비스부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시간, 공간, 용량 문제의 해결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의 물리적 발전보다는 디지털화와 새로운 통신망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균일화 현상일 것이다.
디지털화는 거의 모든 것을 전송 가능하게 함으로써 메시지와 전송채널간 구분을 없애가고 있으며 모든 종류의 메시지들을 취급할 수 있게 된 새로운 통신망은 이제 메시지의 특성에 따른 채널 선택을 무용하게 만들고 있다. 모든 데이터가 동일한 채널을 통해 전송되는 정보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시대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균일화 현상에는 새로운 정보통신망과 디지털화 이외에도 상업화라는 또하나의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것들이 상품으로 간주될 수 있다. 우리들의 모든 행동이 비용 대 효과의 기준에서 측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위를 위한 지식」을 정보로 파악하는 실용적 관점에 동의할 경우 모든 정보가 시장의 법칙에 따르게 되어 점점 더 시장과 관련있는 것으로 의심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경제화는 정보서비스와 관련하여 최소한 세가지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정보서비스가 경제적 관계에서 조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서비스의 이용은 항상 경제적 측면에서 모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 탐색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정보가 많을수록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한 정보를 찾지 못하거나 아니면 불필요한 정보를 찾았을 경우 원래의 위험부담 외에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추가부담도 떠맡아야 한다.
둘째는 정보서비스가 항상 경쟁환경에서 작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보서비스는 상이한 정보탐색자들 사이에서는 물론 상이한 종류의 정보 사이에서도 경쟁해야 한다. 교육정보, 일상정보, 과학정보, 오락정보 등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정보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상이한 종류의 정보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에 상관없이 시장지향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정보는 그 자체로 시장접촉행위(Marketing Touch, ctivity)로 간주되고 있다. 정보가 상품화되기 시작한 후 이제는 독자적인 시장(정보시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의 행위적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보서비스가 지향해야 하는 목표는 대체로 다섯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정보란 구체적 상황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필요한 지식이므로 상황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는 서비스 (Situation-Sensitive)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시간적 제한문제를 신속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Time-Sensitive Service)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행동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비용에 상응하는 서비스 (Effort-Sensitive Service)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넷째 미래의 정보서비스는 단순한 데이터와 문헌이 아니라 필요한 지식(Knowledge-Like Service)을 직접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지식이 이용자의 서로 다른 지식수준과 이용목적에 상응하도록 변환될 수 있는 서비스 (Knowledge-Adaptive Service)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다섯번째의 서비스는 정보의 경제화와 관련하여 이용자들의 정보요구와 행동이라는 새로운 정보서비스 모형을 지시하는 것으로서 정보시장의 발전과 관련해서 주목되는 요소다.
미래의 정보서비스는 정보라는 무대의 제공(Staging) 및 이를 토대로 하는 이용자의 행동(Action)까지를 포함하여 정보의 제공만을 목표로 하던 지금까지의 서비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다마고치는 이같은 정보를 시장화한 단순한 예다. 물론 일반화시킨 행동(Action)이 오락성(-tainment)으로 대체되긴 하였으나 본질에 있어서 다르지는 않다. 오락성을 가미한 정보서비스는 비지니스관련 패키지(은행, 주식 등등;Actiontainment), 취미관련 패키지(스포츠, diy 등;hobbytainment), 문화관련 패키지(음악, 영화 등등;Culturetainment), 오락관련 패키지(게임, 카지노 등등;Entertainment), 학습(독학)관련 패키지(어학, 참고서 등등;Edutainment), 관심영역별 패키지(동호회, 뉴스 등등;Scantainment), 사회문제 관련 패키지(에이즈, 환경 등등;Sociotainment) 등으로 다양하되면서 새로운 정보시장을 창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형태의 서비스가 정보시장의 주류를 이루어갈 것이 분명하다.
21세기 정보서비스에 대한 명제는 지극히 단순하다. 미래의 정보서비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지켜지는 시장지향적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의 세기인 21세기에는 정보제공 환경과 정보이용 환경이 복합목적서비스 (Multi-Purpose Service)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도 이같은 환경에 걸맞는 시장지향적 정보서비스 개발에 온 힘을 쏟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