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륜 영화심의 다시 강화

청소년보호법 시행,학원폭력 및 포르노(속칭 빨간마후라)제작사건 등과 맞물려 공연윤리위원회(위원장 김상식)의 영화심의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이달 1일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된 이후현재까지 총 5편의 영화가 공륜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 14,18일 한국영화 「넘버 3」와 「할렐루야」가 각각 수정후 재심의를 통과했고 22일에는 「나쁜영화」가 등급부여 보류라는 강한 심의에 부딛혔다.이에앞서 지난 11일에는「부에노스아이레스」(감독 왕가위)와 「스크림」(감독 웨스 크레이본)이 동성애 및 살인장면이 문제되어 수입심의에서 불합격판정을 받아 상영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가운데 송능한 감독의 「넘버 3」(제작 프리시네마)는 깡패, 검사 등 출연인물들의 욕설과다 사용이 문제화돼 5군데나 수정됐다.신승수 감독의 「할렐루야」(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도 욕설이 많다는 이유로 공륜이 『고교생 입장가로 판정할 수 없다』고 통보하자 대사 수정후 심의를 통과했다.

10대 가출 청소년들과 부랑자들의 삶을 담은 장선우 감독의 신작 「나쁜영화」(제작 미라신코리아)는 청소년들의 학원폭력 및 포르노제작사건과 맞물리면서 공륜이 등급부여를 보류,지난해 10월 있었던 영화 사전심의 위헌판결 이후 처음으로 실질적인 상영금지조치를 받았다.10대 소녀의 오럴섹스,소년들의 강간,본드흡입,오토바이 폭주,절도 등의 장면이 최근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청소년문제와 결부되면서 강한 제재를 불러온 것이다.

현재 미라신코리아측이 「나쁜영화」에 대한 재심을 신청,곧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공륜의 입장과 『작품 훼손을 받아들이지않겠다』는 장선우 감독의 의사가 대립하고 있어 상영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공륜의 재심에서도 등급보류 판정을 받을 경우향후 1년간 심의신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상영이 금지된다.

이같은 공륜의 심의 강화는 『우리나라 국민정서에 위배된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왕가위 감독의 「부에노스아이레스」(원제 해피투게더)가 가장 좋은 사례. 올해 칸느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할 만큼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문제장면이 그다지 선정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영화 전체의 주제가 동성애를 다뤄 우리 정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수입불가 판정이 난 것이다.

현재 수입사가 『국제적 망신』이라며 반발하는 한편 최근 내한한 왕가위감독은 『내 영화의주제는 동성애가 아니라 홍콩반환을 둘러싼 갈등』이라며 수입불가조치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등 공론화되는 추세이다.

이에 대해 공륜의 한 관계자는 『영화가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고 문제의식이 투철하더라도국민,특히 청소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만 한다』며 심의, 등급판정 강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