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삼성-LG전자, DVD 사업전략 제각각

국내외적으로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시장환경 조성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는 가운데 DVD시장에 참여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업전략이 차별화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업체로는 처음 DVD플레이어를 상품화한 삼성전자는 국내시장에 충분한 DVD타이틀이 공급되지 못해 시장 여건이 조성되지 않자 일단 내수시장은 접어둔 채 해외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4월 미국시장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 동남아, 호주 등 DVD플레이어의 수요가 일 것으로 기대되는 대부분 지역에 DVD플레이어를 선보였다.

또 맨처음 출시한 DVD, CD재생 모델에 이어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 복합형제품과 NTSC/PAL 규격통합 모델 등 3종의 후속모델을 개발했으며 내년초 출시를 목표로 핵심 칩세트를 5개로 줄인 제2세대 모델을 개발중이다.

삼성전자가 아직까지 수익성이 불투명한 DVD플레이어에 대해 이처럼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차세대 가전시장에서는 더이상 후발업체가 아닌 주도업체로 참여하겠다는 경영층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DVD사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도 삼성전자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차세대 가전제품 중 맨 먼저 상품화된 DVD플레이어사업을 규격제정을 주도한 일본 업체들과 동시에 착수함으로써 첨단 기술력과 앞서가는 이미지를 인정받고자 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기대하는 무형의 수익이다.

반면 지난 4월 DVD플레이어를 출시한 LG전자는 최근 DVD플레이어 보다는 DVD롬 관련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미 국내외적으로 제품출시가 한발짝 늦은 상황에서 당초 기대와 달리 더디게 형성되고 있는 DVD플레이어 시장에 집착하기보다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져놓은 CD롬드라이브사업의 연장선에서 DVD롬드라이브 사업을 이어감으로써 무리가 덜가는 범위내에서 DVD사업을 풀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또 전세계적으로 DVD플레이어보다는 DVD롬드라이브시장 팽창속도가 빠르고 수익성이 높을 것 이라는 일반적인 전망도 LG전자의 DVD사업을 롬드라이브 중심으로 몰고 가는데 자극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달부터 국내 처음으로 DVD롬드라이브 양산을 개시했고 올 연말까지는 2세대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반면 미국과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DVD플레이어 수출은 올 연말경으로 늦춰잡고 있다. 『궁극적으로 DVD사업에도 「선택과 집중」의 개념이 적용될 것』이라는 LG전자 관계자의 말은 DVD사업에 대한 LG전자의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DVD플레이어 개발을 위해 각각 1백억원 이상을 투입하면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DVD플레이어 상품화 이후에 보여주고 있는 상이한 선택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