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벤처기업들 자회사 설립 붐

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들이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잇따라 자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으로 현재의 주력사업과는 판이하게 달라 교류가 안되는 신규사업을 굳이 회사내에서 해야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과 함께 또다른 벤처기업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마디로 모험투자로 성공한 만큼 신규사업에도 창업 초기의 벤처 정신을 그대로 살려 나가겠다는 의도이지만 기존 재벌들처럼 문어발식 확장을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다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반도체설계 전문업체인 서두로직은 최근 ASIC사업부를 분리, 별도법인으로 서두인칩을 설립한데 이어 연말까지 설계툴 사업 등 3개 사업부를 모두 별도 회사로 독립시킬 방침이며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 역시 최근 메디다스 등 10여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위성방송수신기업체인 건인 역시 최근 PCS단말기 등 정보통신단말기 사업을 위해 건인텔레콤을 설립했고 세라믹필터 업체인 한원 역시 정보통신 기기사업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한원텔레콤을 세웠다.

안테나 등 기지국용 수동부품 업체인 에이스테크놀로지가 이동통신 네트워크 설계 및 장비개발을 위해 신아정보통신을, 두인전자가 멀티미디어 및 통신시스템 사업을 위해 (주)엠씨앤티를 각각 설립했다.

팬택 역시 팬택전자, 팬택미디어에 이어 독일 카트라인사와 합작, 안테나 생산을 위한 별도의 자회사를 추가로 설립키로 했고 통신용 전원업체인 동아일렉콤 역시 AS사업을 위해 파워콤을 설립한데 이어 신규사업에 대비해 일렉컴, 일렉원 등 3∼4개의 상호를 등록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씨티아이그룹은 아예 사업단위별로 회사를 만든 전형적인 예. 통신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씨티아이반도체를 토대로 무선모뎀을 생산하는 레이컴 등 총 6개 자회사를 잇따라 설립, 반도체에서 위성서비스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영욱 서두로직 사장은 『제조-유통 등과 같이 연관사업의 경우에는 서로 합쳐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성격이 다른 업종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