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프린터 공급업체인 미국 HP의 성공에는 몇가지 비결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하드웨어는 최대한 값싸게 공급하고 소모품에서 높은 마진을 챙긴다」는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다.
90년 이후 HP는 제품가격을 매년 30% 가량 내려 치열한 가격 경쟁을 주도해 왔다. HP는 대신 잉크젯프린터용 잉크카트리지와 레이저프린터용 토너카트리지 등 고마진 소모품을 독점 공급해 시장주도권과 이익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최근 국내 프린터 업체들도 HP의 마케팅 전략과 유사한 「소모품」 판매전략을 추진하고 나서 주목된다.
삼성전자, 롯데캐논, 큐닉스컴퓨터 등 잉크젯프린터 후발 공급업체들은 한국휴렛팩커드와 삼보컴퓨터 등 선발업체를 추격하기 위한 특화전략으로 첨단 기술을 적용해 사진과 같이 생생한 출력물을 인쇄할 전용지와 T셔츠 등에 인쇄할 수 있는 컬러 특수용지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수익구조를 개선시킨다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첨단 특수용지를 마케팅 전략에 적용한 프린터 업체중 대표적인 곳이 롯데캐논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버블젯프린터를 출시하면서 특수잉크와 직물전사용지를 사용, 「T셔츠에도 인쇄할 수 있는 프린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판촉전을 벌여 시장 점유율이 두 배나 급신장했다.
롯데캐논은 올들어 소모품 라인업을 강화해 특수 처리된 컬러출력 전용지 「버블젯용지」와 OHP 출력용 「투명용지」, 사진 수준의 고선명 출력이 가능한 「고해상도 용지」, 반투명용지에 이미지를 반전시켜 출력하는 「후면인쇄필름」, 공예품이나 면직물에 인쇄가능한 「직물용지」 등 10여종의 특수용지를 시판중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제지업체와 필름업체를 통해 잉크젯프린터 전용지와 광택용지인 「그로시페이퍼」, T셔츠 인쇄에 사용 가능한 「전사용지」, 프레젠테이션에 적용하는 「OHP용지」 등을 OEM 공급받아 자체 유통망을 이용해 시판중이다.
큐닉스컴퓨터도 일차적으로 「한국제지」 「한솔제지」 「캐논」 「폼팩트」 「3M」 「SKC」 「삼보」 「HP」 등의 특수용지와 잉크젯 전용지를 구입해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원하는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올해부터 품목을 다양화시키면서 전용지를 포함한 일부 특수용지를 전문업체로부터 OEM 공급받아 시판에 나설 계획이다.
이밖에 제일정밀, LG전자 등도 잉크젯프린터 최근 소모품 분야를 강화, 다양한 특수용지를 OEM형태로 제공해 제품 판매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잉크젯프린터를 기준으로 잉크카트리지와 특수용지, 일반용지, OHP필름 등 연간 소모품 구입비용이 개인 사용자의 경우 프린터 본체 가격의 두배를 넘고, 기업체는 4∼5배나 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리러 리서치는 특히 가장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HP의 잉크젯 카트리지의 경우 마진율이 70%를 넘는다고 밝혀 소모품이 프린터 업계의 효자상품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처럼 시장수요가 팽창함에 따라 신도리코, 한솔파텍, 한국제지 등 국내 특수용지 생산업체들이 컬러 잉크젯프린터 전용지를 잇따라 개발, 양산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또 잉크테크, LG화학, 하이톤상사, 선버드 등 프린터용 잉크 제조업체와 레이저토너 제조업체들도 첨단 기술을 이용한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미국, 호주, 영국, 러시아, 동남아 등지에 재충전용 잉크와 잉크카트리지 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