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의 합병, 인수(M&A)가 잇따라 세계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내셔널세미컨덕터(NS)가 인텔 호환칩 생산업체인 사이릭스를, 인텔이 그래픽칩업체인 칩스&테크놀로지스를 각각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들 반도체업체의 이같은 M&A 결정은 차세대 컴퓨터로 급부상하고 있는 네트워크컴퓨터(NC) 등을 겨냥한, 대규모의 새로운 칩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관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내셔널은 자사 주식과 사이릭스 주식을 0.825대 1의 비율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사이릭스를 인수키로 했다고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는 현 주식시세로 환산하면 5억5천만 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이다.
내셔널은 사이릭스 인수배경에 대해 『NC 등 저가PC 및 정보 단말기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두 회사의 기술을 결합해 이들 신상품 제조에 사용될 「시스템 온 칩」 솔루션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고성능 주문형반도체 시장의 강자인 내셔널이 최근 인터넷 및 인트라넷 기기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 진출 움직임을 보여 왔다며, 내셔널의 사이릭스 인수는 자금력과 기술력을 겸비한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새로운 강자가 탄생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특히 인텔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이릭스는 최근 1천 달러 이하 멀티미디어 PC용 「미디어GX」 프로세서와 인텔의 펜티엄Ⅱ 경쟁제품인 「M2」를 발표하면서 인텔 호환칩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인텔은 3차원 그래픽칩 분야의 주요 업체인 칩스&테크놀로지스를 4억2백만 달러에 인수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인텔의 크래이그 바레트 사장은 『PC에서의 비주얼 기능 향상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며, 이번 인수 결정은 특히 『노트북PC에 강력한 그래픽 및 비주얼 컴퓨팅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3차원 그래픽칩은 PC의 고성능, 멀티미디어화 추세에 따라 최근 그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제품으로 주요 칩 생산업체들의 기술개발 경쟁이 뜨겁다.
인텔의 이번 칩스&테크놀로지스 인수 결정은 따라서 이같은 기술 경쟁에서의 우위를 비탕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첨단 그래픽칩 시장으로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이 시장에는 칩스&테크놀로지스 이외에 시러스로직, ATI테크놀로지스, S3, 트라이던트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이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