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오버코트와 방한모를 연상시키는 모스크바에서도 에어컨 판매경쟁이 치열하다.
북위 57도 부근인 모스크바는 봄, 가을이 거의 없고 긴겨울이 대부분이지만 6월에서 8월까지는 우리나라의 한여름을 연상시키는 불볕더위가 계속된다.여름철 온도가 최고 35도까지 올라가며 북반구의 백야현상으로 새벽 4시부터 밤11시까지 어둡지 않은 밤은 여름을 길게 느끼게 하는 특징이 있다. 또 이 지역사람들이 체질적으로 추위에는 강하지만 더위에 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에는 에어컨시장이 거의 형성되지 않았으나 이 지역의 이상기후현상을 틈타 한국, 일본, 유럽의 백색가전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에어컨 붐이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업체는 아웃소싱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것이 주특기인 일본의 후나이사다. 그러나 후나이사의 제품에 품질문제가 발생하면서 올들어서는 도시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이있다. 지난해 러시아 시장탐색에 나섰던 LG전자는 올해는 최대 5만대를 수출, 도시바나 후나이를 바짝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 에어컨시장 규모는 올해 25만여대로 작년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대도시에서 발생한 수요가 대부분이며 아직까진 일반 가정보다는 업소나 사무실에서 사용하기 위한 창문형이나 벽걸이형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또 냉난방을 겸할 수 있는 히트펌프방식의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보급 속도라면 오는 2000년엔 러시아에서만 1백만대 규모의 에어컨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내륙지역인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크스탄에서도 에어컨 잠재수요가 적지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에어컨 시장의 오지로 생각되었던 CIS지역에서 에어컨시장 쟁탈전이 갈수록 가열될 전망이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