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케이블TV의 무지개꿈

케이블TV프로그램공급사협의회 회장 김지호

『양치기 소년이 있었다. 그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쳤다. 거짓말이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양치기 소년은 두세번에 걸쳐 계속한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에 놀아난 어른들은 분노를 표하며 더 이상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결국 진짜 늑대가 나타났고 거짓말에 속은 동네사람들은 도와주지 않았다. 장난삼아 한 거짓말 때문에 봉변을 당한다.』

거짓말하는 어린아이에게 「솔직함」을 가르치고 싶은 어른이 들려주는 이솝우화이다.

「2,008,079 가구.」

지난 7월11일 드디어 케이블TV의 시청가구수가 2백만명을 넘었다. 케이블TV가 본방송을 개시한 지 2년4개월 만에 이룩한 성과다. 자세한 내막이야 어찌됐든 실로 대단한 일이다. 이는 정책을 주관한 공보처를 비롯해 그동안 직접 간접으로 케이블TV 발전을 위해 성의와 정열을 다한 케이블TV 관계자 모두가 축배를 들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케이블TV 종사자는 이같은 성과를 앞에 두고서도 한편으로 착잡한 마음이다. 그 가입자 수의 허상 때문이다.

이번에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듯이 2백만 시청자 가운데 정작 사업자에 도움이 되는 유료가입자는 시청자의 30%밖에 안되는 65만명에 불과하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수치였기에 전혀 새삼스럽지 않게 느껴짐은 오히려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이미 가슴이 멍들어 있기 때문일까.

케이블TV가 방송을 시작한 지 이제 3년째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아직도 가파른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숨고를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고지는 저멀리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주저앉아 괜한 넋두리를 할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정책을 주도한 공보처 등 누구를 탓하자고 할 상황도 더더욱 아니다.

사실 공보처는 추진과정에서 다소 무리가 있을지라도 우리 사업자를 위해 너무나도 고마우리만큼 적극적인 정책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여기까지 발전했다.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우리는 아무리 고지가 저멀리 있어도 극복할 희망이 있기에 아직도 옷깃을 여미고 허리춤을 추스리며 벅찬 마음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한번쯤은 스스로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케이블TV가 화려한 외형의 모양 갖추기에 관심을 두었다면 이제는 좀더 솔직해지자. 양치기 소년의 누명을 이제는 벗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리고 앞으로는 내실을 다져나가자.

케이블TV가 공중파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이라도 사실에 순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저멀리에 있는 무지개를 볼 수 있다.

지금 케이블TV는 가입자 증가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2차 종합유선방송국(SO)만 바라보고 있어야 할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PP-SO-NO사업자간 공동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자구책도 있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도 한다. 무지개는 있다. 다가갈 수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