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빛, 울릉초등교에 멀티미디어 교실 구축

『울릉초등학교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여기는 서울 솔빛스튜디오입니다』지난달 30일 오후 2시.울릉도 울릉초등학교(교장 최영모)에 인공위성망을 타고 컴퓨터 칼럼니스트 곽동수씨의 반가운 인사말이 42인치 대형모니터를 통해 전해 왔다.

그때까지 잔뜩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던 15명의 울릉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신기하다는 듯 환호성을 지르며 멀티미디어교실 개통을 자축했다.동해 외딴섬의 초등학교가 정보화시대에 성큼 진입한 것이다.

울릉초등학교는 천혜의 관광지인 울릉도에서 학생수 2백72명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이 학교가 갖추고 있는 컴퓨터는 폐기처분 직전의 XT급 컴퓨터 20여대가 고작이다.

일부 가정에서는 PC를 장만해 놓고 있지만 섬살림에 몫돈이 들어가는 멀티미디어 PC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라 이곳 어린이들에게 첨단 멀티미디어 교육시스템은 문화적 충격에 가까웠다.

『먼저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부터 알려드리겠어요. TV같이 생긴게 모니터고 옆에 상자같은 것이 본체예요. 본체에 있는 파란 단추를 누르면 컴퓨터가 켜집니다….』 웬만한 컴맹수준이라도 알 수 있는 극히 초보적인 교육내용이지만 멀티비젼을 보며 PC를 만지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이날 진행된 컴퓨터 교육은 인공위성망을 통해 50여분간 실시간으로 진행됐다.이 학교 6학년 김보미양은 『마치 교실에서 선생님이 직접 가르쳐 주시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컴퓨터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만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인터넷도 배울 거예요』라며 야무진 포부를 밝힌다.

울릉초등학교의 멀티미디어교실은 네트워크망이 설치돼 있어 일정정도 교육을 받고 나면 친구들간에 E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컴퓨터를 통한 가상수업도 진행할 수 있다.

이같이 도서지역에 멀티미디어 PC를 무료 기증하고 인공위성을 이용한 컴퓨터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업체는 (주)솔빛.솔빛이 삼보컴퓨터에서 펜티엄급 PC 15대를 기증받아 위성시스템과 교육용 소프트웨어,책걸상등 멀티미디어교실 구축에 필요한 장비 일체를 무료 제공했다. 사업운영 주체인 솔빛은 하드웨어의 무료기증 뿐만 아니라 앞으로 3년간 일체의 교육프로그램과 운영비를 전액 자사가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울릉도에 설치된 멀티미디어 교육시스템은 솔빛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위치한 솔빛아카데미타워 위성스튜디오에서 무궁화위성을 통해 강의내용을 보내면 울릉초등학교에서 수신안테나로 이를 받아 교실내에 설치된 모터니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원격강의시스템이다.

솔빛의 남명수 이사는 『정보화교육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상류급 가정 학생들에게 치우치고 있어 자칫 교육의 불균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돼 이같은 사업을 펼치게 됐다』며 『앞으로 울릉도 뿐만 아니라 백령도,거문도등의 외딴섬과 오지에 이 시스템을 보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울릉 초등학교 최영모 교장

『무엇보다도 우리 학생들이 도시학교 아이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컴퓨터교육을 받게 된 것이 기쁩니다.』 지난달 30일 멀티미디어교실 개통식을 가진 울릉초등학교 최영모 교장(64)은 도서지방 학교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정보화교육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 교장은 울릉도 태생으로 이 학교의 34회 졸업생이기도 하다. 지난 50년에 이곳 울릉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해 79년에 도시로 나가 그곳에서 교편을 잡았고 지난해에는 마지막 교직생활을 고향에서 정리하고자 이곳으로 자진해 들어왔다. 최 교장은 『도서지역에서의 교육은 큰 한계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곳 학부모의 교육열과 초등학생의 교육수준은 웬만한 중소도시의 수준과도 맞먹지만 상급학교로 올라가면 교육환경 등의 문제로 많은 학생들이 도시로 떠나고 있는 형편입니다』라며 첨단 멀티미디어시대가 도래할수록 도서지역의 교육환경은 오히려 더욱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난해에는 학부모들의 요구로 외부강사를 초빙해 컴퓨터 과외교육을 실시했지만 1학기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교육하는 컴퓨터가 XT급이고 외부강사의 수급이 원활치 않아 학생들의 관심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 교장은 특히 『최근에는 일부 업체들이 홍보를 위해 컴퓨터만 기증해 놓고 사후교육에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사례가 있다』며 『도서지역의 실질적인 정보화교육을 위한 정부와 민간업체의 철저한 사후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내년이면 정년퇴임을 하게 되는 최 교장은 『앞으로 우리 학생들이 인공위성을 통해 컴퓨터 교육을 받게 되면 우리학교에도 컴퓨터 도사가 한명쯤은 생기지 않겠느냐』며 이들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김홍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