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C업체들의 생존전략 중 최근 가장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분야가 바로 국내외 업체들과의 제휴다. 두개의 기업이 하나로 뭉칠 경우 시장 자체에 엄청난 판도변화를 몰고올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PC시장에서는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적과 동지의 구분없이 파트너 물색에 여념이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른바 「적과의 동침」도 과감히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자사의 PC사업에 도움만 된다면 파트너가 누가되든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LG전자와 세계 최대의 컴퓨터업체인 IBM과 전격적으로 제휴해 탄생시킨 LGIBM은 국내 PC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IBM의 뛰어난 기술력과 국내 대표적인 가전업체 중의 하나인 LG전자의 거대한 유통망을 통합해 국내 PC시장을 공략할 경우 단기간 내에 PC시장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PC업계에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LGIBM의 오창규 사장은 『LGIBM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본력과 기술력, 유통망 등 LG전자와 IBM 양사의 장점 만을 결합해 최대한의 시너지효과를 거둬 한국 최고의 PC전문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즉 업체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내 PC시장에 대규모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이고 영향력있는 PC업체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LGIBM의 기본 목표는 최근 경기불황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어 그 실현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PC업체들 간의 합작을 통해 탄생된 LGIBM이 나름대로 성공적이라는 평이 업계 전반에 퍼지자 최근들어 PC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외 PC업체들간 합작 혹은 제휴를 통해 PC사업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대전자와 컴팩이 제2의 LGIBM을 꿈꾸며 현재 마지막 절충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대만의 에이서도 합작을 전제로한 파트너를 잡기 위해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중 현대전자와 컴팩의 합작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면서도 덩치에 걸맞지 않게 PC사업이 지지부진한 현대전자와 한국에 진출한지 수년이 지나도록 PC사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컴팩 양사의 이해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한국컴팩컴퓨터 이강훈 사장은 『컴팩과 현대전자가 각각 일정 지분을 출자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세계 제 1의 PC회사인 컴팩의 인지도와 현대의 저돌적인 마케팅으로 오히려 LGIBM의 경우 보다 국내 PC시장에서 더욱 더 강력한 폭발력을 지닐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내외 업체간 짝짓기는 선두업체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당면과제에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로서는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외국업체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기도 하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호랑이를 집안에 들여 놓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생존을 위한 국내외 업체들간 합종연횡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지만 단기적인 처방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합작 및 제휴가 이루어져야 하며 국내 PC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외 업체간 제휴보다는 국내 업체간 비교경쟁력을 통한 제휴가 더욱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는 더욱 설득력있게 들린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