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정 3년째를 맞는 새 방송법안이 어느 시점까지 흘러갈 것인가. 방송산업 구조개편을 담고 있는 새 방송법안이 7월 임시국회에서도 단 한 차례 상임위 토론에 그친 데다 논의조차 부실하기 짝이 없어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여야 의원들이 새 방송법을 처리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올해 안에 법안처리를 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 방송법 처리에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국회 관계자들도 『새 정권이 출범하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보처 관계자들도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안의 처리는 사실상 힘든 것 아니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초 제도개선특위로부터 새 방송법을 이관받은 문화체육공보위원회는 올해 처음으로 새 방송법에 대한 토론을 벌였으나 누구도 이의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여야 모두 표면적으로는 새 방송법안 처리의 시급성은 인정하면서도 법안처리에서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새 방송법에 대한 방송노조설립추진위 및 방송개혁 국민회의, 재야의 부정적인 의견을 들면서 『문체공위로 새로이 이관됐으니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야당의 이같은 주장은 「지난 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활동하면서 새 방송법을 논의했던 제도개선특위의 방송법 관련 7개 합의사항마저 뒤엎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이에 일부 여당 의원들이 법안소위로 넘기자는 주장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법안처리에 대한 공식적인 내부방침은 없다」는 여당 나름대로의 이유로 인해 법안처리는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7월 임시국회의 논의과정을 살펴볼 때 새 방송법안이 8월 임시국회나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이 사실상 힘들 것으로 방송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뜨거운 감자인 새 방송법을 처리한다는 사실 자체가 여야 모두 짐이 될 것이란 분석도 깔려 있다. 방송노조설립추진위나 방송개혁 국민회의, 재야 일부 세력 등이 신문사와 재벌의 위성방송 참여를 허용하는 방송법을 통과할 경우 전면 파업 또는 반대운동을 추진할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방송법안을 강행 처리하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새 방송법 처리일정이 늦춰지면서 방송산업 구조개편도 한없이 늦춰질 전망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이나 케이블TV 복수SO(MSO) 등 방송산업 구조개편을 핵심내용으로 담고 있는 새 방송법의 개정작업이 불투명해 방송산업 구조개편도 자연히 미뤄지고 있다.
방송계는 새 정권이 출범하는 내년 상반기나 돼야 방송법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면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방송산업 구조개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