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수요층 차별화로 승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상상력을 키워주는 개구리 카세트와 ET(외계인)카세트를, 감수성이 민감한 10대들에게는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미니컴포넌트를, 자기계발 욕구가 강한 신세대 직장인들에게는 어학실력을 늘려줄 수 있는 캡션카세트를」.

종전까지 계층과 사용목적에 구분없이 일괄적으로 제품을 내놓았던 오디오 가전업체들이 요즘에는 다양한 디자인에 특정 계층의 욕구에 부응하는 기능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제품을 잇달아 개발하는 등 오디오 제품의 계층별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처럼 가전업체들이 제품군 다양화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오디오 보급이 포화상태를 이뤄 종전의 도식적인 제품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게다가 특히 카세트류의 경우 제품가격이 비교적 싸 개인마다 한 대씩 갖는 개전화(個電化)현상이 뚜렷,이제 천편일률적인 제품보다는 개성있는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맞춰야만 시장경쟁에서 낙오되지 않을 것이라는 긴박감이 팽배한 데 연유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달말에 어린이들의 수요를 겨냥해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ET카세트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검정색 일색의 일반 카세트 사이에서 눈에 확 띌 정도로 「튀는」 노란색 디자인을 채택, 어린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해 관심을 끌고 있다. LG전자는 이달중 빨간색으로 색상을 처리한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며 앞으로 월 1만6천대 가량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음달에는 발바닥 모양의 카세트도 출시할 예정인 등 어린이 고객을 겨냥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95년부터 계층별 마케팅 작업에 나서 지난 96년에 개구리 모양의 카세트인 개구리 카세트를 출시, 지금까지 10만대 가량 판매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타임머신팀이 아이디어를 제안해 개발된 제품으로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동물원시리즈라는 제목아래 동물모양의 카세트를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10대들을 겨냥한 신제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에 「DJ컴포」라는 미니컴포넌트를 출시해 10대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제품은 반도체 메모리에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취향의 힙합, 전자빔, 라틴리듬 등 10여 종류의 효과음이 기억돼 있어 청소년들이 녹음할 때 이 효과음을 적절히 섞어(믹싱효과) 자신만의 음악을 녹음할 수 있도록 한 제품으로, X세대를 겨냥한 본격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전자, 해태전자, 태광산업 등도 10대를 겨냥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는데 특히 해태전자의 경우 다음주에 PC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의 오디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해태전자는 최근 청소년들이 음악보다는 컴퓨터와 게임, PC통신 등을 더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는 오디오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밖에도 오디오업체들은 계층별, 용도별로 다양한 기능과 특징을 지닌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LG전자는 어학공부를 주로 할 수 있도록 제품 표면에 영어 문장이 표시되는 캡션카세트를 직장인들이 밀집한 시내 중심가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아남전자도 여름철을 맞아 레저용 수요를 겨냥해 최근 방수용 헤드폰 카세트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부모들은 특히 자기 자녀들을 위한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열의를 갖고 있어 어린이나 10대들의 수요를 겨냥한 제품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특정 계층을 겨냥한 제품개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