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가전 「핫포인트·RCA 총판권 인수」 업계 반응

제네럴일렉트릭(GE)의 또 다른 브랜드인 핫포인트와 RCA에 대한 국내 가전총판권을 코람가전이 전격 인수하면서 외산가전 업계의 새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두 회사의 총판권을 코람가전이 인수함에 따라 업체간의 과당경쟁이 어느정도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GE 브랜드 가전제품은 (주)백색가전이 총판권을 행사하고 있었으며 핫포인트는 재영인터내셔날이, RCA는 신성교역이 독점 총판권을 가지고 각자 독자적인 유통망을 구축해왔다.

이들 3사는 94년만 하더라도 당시 꾸준한 경기 활황세에 힘입어 밀월관계에 있었으나 95년부터 불어닥친 외산가전 불황으로 시장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이들의 형제애(?)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자 지난해엔 과당경쟁에 따른 공급가격인하 경쟁이 불붙기도 했다. 결국 집안싸움으로 인해 판매량은 늘어도 수익이 감소하거나 오히려 적자가 발생하는 등 구조적인 모순이 초래됐다. 급기야 지난해엔 각사의 유통대리점들이 자사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상대방 브랜드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을 유포하는 식의 상호비방전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백색가전의 경우 타사의 비해 회사규모가 비교적 안정적인 데다 시장점유율면에서도 3개 브랜드중 가장우위에 있어 타격은 크지 않았으나 재영과 신성의 경우는 달랐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재영은 더 이상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핫포인트 총판권 및 재고물량을 인수할 업체를 물색해 왔다. 하지만 외산가전 침체기에 인수업체가 선뜻나서지 않아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한때 타 외산가전 업체인 H물산과 K상사, M사 등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나 양사간의 이견차이로 협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신성 역시 유통채널과의 마찰과 과당경쟁에 따른 이윤악화로 외산가전 지난해말부터 사업포기를 신중히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 두회사는 지난해 12월 또는 올 1월부터 가전제품 수입을 전면중단하는 등 사업정리를 추진했으며 이렇듯 두회사가 소극적인 영업을 전개하자 GE본사는 그동안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가전 유통경험이 있는 기업에게 총판권을 넘긴다는 방침을 정하고 지난 5월부터 적임자를 물색해왔다.

결국 외산가전 유통 전문인력을 확보한 코람가전이 나서면서 총판권에 대한 이양작업이 가시화했다. 최초 GE본사는 핫포인트와 RCA를 기존 방식대로 브랜드별로 총판권을 분리하려 했으나 국내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종전방식을 취할 경우 출혈가격경쟁이 재발될 수 있다는 코람가전측의 주장에 따라 총판권을 한 회사에 귀속시켰다.

외산가전 업계 관계자들은 『3개 브랜드의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타 브랜드 유통사 역시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급가격을 내려 마진을 기대하기 어려웠으나 이번 조치로 더 이상의 과당경쟁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