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인터넷시대의 대응 전략

李南熙 ETRI 책임연구원

정보사회에서 통신망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인간의 모든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나르고 상호 교환하는 중추신경으로, 경제, 사회활동의 기반이 되는 간접자본으로서 농업사회의 수로, 산업사회의 고속도로에 대응된다. 우리 정부가 정보사회에 대비해 초고속 기반구축사업에 32조원을 투자해 2010년까지 전국을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한다는 계획도 이러한 미래지향적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터넷은 각 개인이 적정한 자기 설비와 어드레스 할당을 갖추어 기존의 인터넷에 연결만 하면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세계 어느 곳과도 자유로이 통신이 가능하게 된다는 자율, 민주, 자가확장적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런 자율확장이론이 세계 모든 곳에 적용될 경우 세계의 어떠한 개인 또는 집단간에도 통신접속이나 정보교환이 자유롭게 되면서 국경 또는 고유 문화와 경제권 붕괴라는 가능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콘텐트가 풍부하고 정보 보호, 관리능력이 갖추어져 있는 국가 내의 정보들이 아무런 제한없이 자유로이 저개발국으로 유입됨으로써 후진국의 문화가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CALS/EC를 이용한 물품거래가 인터넷을 통해 활발히 이루어질 때 질좋은 선진국의 상품들은 저개발국가 국민의 컴퓨터 화면을 통해 전자거리 쇼핑몰 상점의 전시물로 나타남으로써 물품을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선택, 구입하고 대금을 전자화폐를 이용해 지불하는 직접거래 방식이 일반화할 것이다. 더구나 강력한 검색엔진들은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정보 중에서 필요한 정보 또는 상품을 더욱 쉽게 그리고 편리하게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이 가져올 이러한 새로운 국제질서 및 국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분석해 이에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경제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정치의 모든 분야를 총괄해 다각적 전략수립이 요구됨을 의미한다.

우리가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는 우리 문화에 맞는 정보 콘텐트를 수요에 부족하지 않게 충분히 개발해 보급하는 일이다. 이는 여기저기에 존재하는 정보들(문서, 도서, 기록, 영화 등 창작물, 문화유산, 생활정보 등 보존, 교환, 공유를 위한 사유표현물)을 컴퓨터에서 처리할 수 있고 통신망에서 나를 수 있도록 전산화, DB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문화에 맞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창작물을 더욱 많이 개발해 보급하는 일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컴퓨터를 이용하고 정보를 검색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들을 우리의 언어 및 기호에 맞게 개발, 보급해야 한다. 프랑스 국민이 영어 브라우저에 루브르 박물관 소장자료의 멀티미디어 정보가 디스플레이되는 것을 꺼려한다는, 그리고 EU가 미국문화의 유럽 유입, 확산에 대비해 「INFO2000」사업을 통해 인프라 구축보다 콘텐트 개발에 우선적으로 역점을 둬 추진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하는 보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정보보호 관련문제다. 자체적으로 생산, 유통하는 정보에 대해 접근, 해독, 변경, 인증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타국의 정보통신기기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써 국내 정보(특히 공공 및 국가정보)가 그들에 의해 자유로이 열람되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하고, 국내 정보통신시설이 그들에 의해 쉽게 해킹되거나 또는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암호 정보통신장비 및 기술에 대한 적절한 수출입정책의 수립 및 통신망 상의 방화벽 설치 등을 통해 국제망과의 상호 접속이 투명성을 가지고 적정 수준의 보호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번째는 국내 인터넷을 조속히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하부망들을 고속화하는 일이다. 국내 인터넷망간의 연동이 더욱 원활하게 유지되고 그들간의 정보유통이 더욱 잘 수행되도록 해야 하며 하부망이 속도제한에 의해 사용자가 각종 정보를 검색, 유통하는 데 느리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사용자가 과중한 통신요금을 느끼지 않도록 요금을 적절히 현실화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인터넷의 세계적 영향은 좋든 싫든,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교적 공공, 대중적이고 가벼운 정보들(행정 고지 또는 안내, 문화, 도서, 관광, 스포츠, 영화, 오락, 게임 등)은 인터넷에 수용하고, 좀더 비중이 높고 신뢰성이 요구되며 경제사회활동에 중심이 되는 정보들(정부기관간 행정정보, 중요 국가 및 개인정보, 대중통신 등)은 기존 또는 별도의 통신망을 중심으로 수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즉 국도, 고속도로, 산업도로와 같이 통신망을 각기 다른 물리망으로 분리하거나 같은 도로에 대해 고, 저속 차선 또는 차종(승용차, 버스, 화물차)에 따라 다른 차선을 이용하는 등의 서비스 중요도 또는 사용자그룹에 따라 별도 논리망을 구성, 운영하는 방법 등을 연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종 역기능(개인정보 노출, 해킹, 폭력, 음란물, 돈세탁, 탈세 등)을 방지하는 기술의 개발과 정책의 마련이 동시에 추진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