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PC업계 생존 전략 구조조정 (4);물류혁신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비용을 최소화하라.」

올들어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PC업계에 공통적으로 부여된 과제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PC를 판매해 얻는 이익보다는 자체 소요경비를 줄여 내실을 다지는 것이 적자의 폭을 줄일 수 있는 첩경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PC업계들은 매출확대에 기울이는 노력 만큼 금융비용을 줄이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중 PC업체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가 물류혁신이다. 물류혁신은 기존 대량생산체제 하에서 제품을 만들고 대리점에서 제품을 쌓아놓고 판매하는데 드는 경비를 최소화하는데서 부터 출발한다. 최근 국내 PC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주문생산방식은 바로 이같은 업체들의 비용줄이기에서 출발한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들이 주문을 통해 제품을 생산할 경우 물류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물론 공장 및 대리점에서 재고를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생산외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또 그동안 국내 유통시장에서 관행처럼 정작된 밀어내기식 영업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대리점들의 경영난 또한 크게 개선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다.

주문형PC 생산방식은 이미 전 세계적인 추세로 정착돼 미국의 델컴퓨터와 컴팩, 일본 도시바 등 세계 유력 PC업체들은 주문형생산방식을 채택해 눈에 보이지 않는 대규모 비용절감효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기존 대량생산체제인 컨베이어방식에서 무재고를 원칙으로 하는 주문형PC 생산으로 바꾸면 PC의 납기일이 대폭 줄어들어 재고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가령 하루 PC생산량 1천5백대에 PC납기일을 평균 3일 정도 줄일 경우 PC 1대당 재고비용을 1백만원으로 계산하면 연간 45억원의 재고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요.』

삼보컴퓨터의 김남수 생산기획팀 팀장은 국내 PC업계의 불황을 탈출하고 생존을 위한 묘책으로 생산방식의 혁신을 단연 꼽는다. 즉 기존 PC업계의 일방적인 PC수요예측에 의한 대량생산방식에서 탈피, 유통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주문생산체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문생산방식이 새로운 비용절감의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PC메이커들은 생산체제도 대량생산을 전제로한 컨베이어시스템에서 소량다품종생산이 가능한 셀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같은 PC생산방식의 혁신으로 PC업체들은 날이 갈수록 단축되고 있는 PC의 라이프사이클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급변하는 시장상황의 변화에도 즉각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 할 수 있게 됐다.

올들어 현대전자를 비롯해 삼보컴퓨터, LG전자 등 주요 PC업체들이 PC주문생산방식과 셀방식생산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나서는 것은 매년 적자를 내는 PC사업에 막대한 재고비용절감을 통해 적자폭을 최대한 줄여 경영난을 타개하려는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배경에서 출발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무재고를 통한 PC사업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연초부터 PC주문생산방식을 채택해 현재 활발히 가동중에 있으며, 삼보컴퓨터도 이달중으로 시험 가동에 들어간다. 이를위해 삼보컴퓨터는 재조관리시스템(MRP)과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새롭게 설계하는 한편 본사와 공장, 대리점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망을 구축해 소비자들의 기호와 취향을 파악해 주문생산물량을 정확히 예측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보는 PC주문생산방식의 도입으로 PC의 재고회전율을 연간 11회에서 14회로 늘리기로 방침을 정하고 제품재고 회전일수도 기존 34일에서 26일로 단축해 금융비용을 대폭 줄여 PC사업의 자생력을 키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대량생산방식인 컨베이어시스템을 대체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위주의 셀방식을 도입해 재고유지비를 줄여 불황의 여파로 인한 자금압박요인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주문형생산방식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PC업체들도 잇따라 도입하면서 올들어 경기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PC업계의 불황극복은 물론 경쟁력확보의 수단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