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는 계륵같은 존재.」최근 비디오업계에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이말은 다름아닌 메이저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업계의 취약성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메이저와 계약을 맺어봤자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메이저의 작품없이는 비디오사업을 펼칠 수 도 없기 때문에 메이저를 취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메이저사가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에 있어 계륵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있는 이유는 대략 2가지.
우선 미 메이저와 손을 잡기 위한 국내 대기업들의 출혈경쟁으로 판권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주)대우-MGM/UA,삼성영상사업단-워너브라더즈,금강기획-카날 플러스처럼 국내대기업들이 국내지사나 배급라인이 없는 메이저사와 판권독점계약을 맺을 경우 로열티의 마지노선은 비디오 출고가격의 65-70%선인 것으로 알려졌다.따라서 출고가의 3035%선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감안하면 이같은 높은 로열티를 부담하고 있는 국내비디오업체들이 전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 것.
또한 월트디즈니-스타맥스(삼성영상사업단),콜럼비아-(주)대우,20세기 폭스-(주)대우,CIC-새한미디어처럼 한국시장에 지사를 설립했거나 자사비디오 독점 배급사를 진출시킨 메이저사와의 계약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은 메이저사와 영업대행계약을 맺고 줄잡아 15% 내외의 수수료를 받고 있으나 홍보물 제작비와 영업사원 수수료(약 7%정도)등을 빼고 나면 실제로 메이저의 작품을 대행해선 거둬 들일 수 있는 수익은 형편없다』고 말한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은 출시작 편당 또는 연간 판매수량의 하한선인 「미니멈 개런티」를 미리 정해놓고 이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재고를 떠안다는 이면계약을 메이저와 맺고 있어 이래저래 모든 위험부담을 스스로 안고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메이저와 관계에서 또다른 문제는 비디오시장상황이 나빠졌음에도 불구,로열티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2-3년전만 해도 극장흥행 액션대작은 비디오 10만장 판매를 웃돌았으나 숍수가 줄어들고대여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현재는 어떤 작품도 실판매 8만장 이상을 넘기가 힘들다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13만장 이상 판매된 <인디펜던스 데이>,9만장이 팔려나간 <로미오와 줄리엣> 등 흥행대작들의 경우 겉으로 드러난 흥행성적과는 달리 국내업체와 비디오숍들은 이 작품을 취급함으로써 상당한 손해를 감수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메이저사들은 흥행대작에 대한 메이저사의 미니멈 개런티가 턱없이 높은가 하면 홈 코미디나 시추에이션 드라마 등 국내시장에서 전혀 먹혀들지 않는 작품에도 지나친 판권로열티를 요구,판매대행업체들을 코너로 몰아 가고 있다.
실제로 이달 출시작 중에서 <데블스 오운>(콜럼비아)이나 <볼케이노>(폭스)의 경우 미니멈 개런티를 각각 9만장 이상씩으로 책정함으로써 메이저사가 국내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비난이 일선업계에서 조금씩 터져 나오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도 메이저와 관계를 쉽게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은 메이저사의 작품을 얼굴마담 격으로 내세우지 않고 해외 B급 타이틀만을 공급했을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이저사가 국내업체를 동반자로 여기기지 않고 자신들의 잇속 채우기에 급급한 현실에서 국내업체들이 더이상 이들 메이저와의 관계를 계속해야 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즈음 같은 시장상황에선 메이저사의 작품이 5만장 이상 팔려나가도 커다란 손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면서 『차라리 현대방송처럼 몇 개월 간 휴업을 선언하거나 SKC처럼 작품편수를 줄이고 미개봉작 위주로 나가는 편이 오히려 현명한 전략이다』고 말하고 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