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가 출시된 이후 디지털 카메라는 성숙기에 접어든 카메라업계에 또다른 기회를 제공하는 유망주로 인식되고 있다.
카메라 왕국 일본의 경우 지난해 무려 1백만대 시장이 형성되었고 올해는 최대 2백만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도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 전체적인 수요는 미미하지만 이미 수입업체를 포함, 10여개 업체가 디지털 카메라사업에 손을 델 정도로 성장잠재력을 인정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사업은 PC보급률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의 특장점을 염두에 두고 볼 때 현재 디지털 카메라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곳이 PC보급률이 높은 나라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카메라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00년께면 전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이 PC를 사용하고 이중 30% 가량이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기대가 적중한다면 디지털 카메라시장이 현재의 필름 카메라시장 규모인 연간 3천만대에 달할 정도로 급팽창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을 사용하는 35㎜ 카메라를 완전히 대체하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점에 대해 카메라업계의 전문가들은 디지털 카메라와 기존 필름 카메라가 향후 10년 정도는 별도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많은 소비자들이 필름 카메라에 너무나 오랫동안 친숙해져 있는 데다 특히 콤팩트형 전자동 카메라인 만큼 디지털 카메라가 편리하다고 인식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즉 PC와 다소 친숙하지 못한 중장년층이나 보수적인 소비자들에겐 여전히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가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는 용도와 기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용도에 차이가 있고 디지털 카메라는 기존 카메라에 대한 대체수요가 아닌 중복수요 개념이기 때문에 영원히 이원화된 시장으로 남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PC보급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가전제품화, 멀티미디어화가 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PC 주변기기나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고체촬상소자(CCD)와 메모리가격이 저렴해지고 있는 것도 디지털 카메라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데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전문업체인 리라(RYRA)사는 디지털 카메라시장이 향후 2, 3년 내에 아주 기본적인 기능을 갖춘 1백달러 안팎의 초염가 기종과 2백∼3백달러대의 중급기종, 또 5백∼1천달러대의 고급기종으로 나뉘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5백달러 이상이면 현재의 동급 제품보다 해상도가 3, 4배 정도 높은 1백만∼1백50만 화소급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이고 있다.
이와 함께 컴퓨터세대이자 영상세대라고도 불리는 신세대들이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주수요층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그동안 단순히 셔터만을 누르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카메라 사용자를 PC와 프린터 그리고 전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적극적인 이미지 창조자로 변신시키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PC의 가전화 추세와 함께 디지털화하고 있는 정보가전제품과 어떤 형태로든지 접목될 것이라는 점에서 카메라, 전자업체를 중심으로 한 업계의 아이디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