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살롱] 권욱현 서울대 교수

국내 몇몇 산업기술계에는 해당 분야별로 「대부(代父)」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초창기부터 사업을 시작해 일가를 이룬 전문 경영인일 수도 있고 혹은 뛰어난 연구업적으로 국내 기술을 세계 수준에 올려 놓은 학자일 수도 있다.

권욱현 서울대 교수(전기공학부장)는 국내 자동제어 분야의 대부로 인정 받는 사람이다. 국내에서는 제어공학이란 단어조차 생소했던 지난 75년에 이미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박사를 했고 귀국후 학교와 기업 모두에 자동제어 분야의 씨를 뿌리고 결실을 맺게 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히 권 교수는 학문적 성취뿐 아니라 산업 현장의 경쟁력 강화에도 적극 나선 「현실 참여형 학자」로 어지간한 국내 기업과 연구소 및 단체들 중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권 교수가 최근 제42회 대한민국 학술원상 자연응용과학 분야 수상자로 선정됐다. 학술원상은 한 사람의 평생에 걸친 학문적 업적을 국내 최고의 원로 석학들이 심사하기 때문에 최고의 권위를 인정 받고 있고 또 그간 공학분야의 수상자가 의외로 적었던데 비춰 권 교수의 수상은 화제가 되고 있다.

권욱현 교수는 『학문을 탐구하는 학자로서 자신의 연구업적이 객관적으로 인정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큰 기쁨』이라며 『특히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앞으로 더욱 분발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학문하는 사람들의 궁극적 목표는 역시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에 대한 봉사이기 때문에 이번 학술원상 수상으로 공학분야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관심을 모을 수 있어 향후 연구활동은 물론 연구소와 기업 등 자동제어분야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의 「일 욕심」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같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쉽게 알 수 있다.

권욱현 교수는 어지간한 단과대학 규모를 능가하는 서울대 전기공학부의 책임을 맡고 있다. 서울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기공학부는 1천여명의 학부생과 8백여명의 대학원생, 50여명에 이르는 교수진이 포진해 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공학부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교수진 확충을 제외하고 단순히 현재의 외형적 규모는 이미 MIT나 스탠퍼드에 뒤질 것이 없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30여명의 교수를 추가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시스템만 보완된다면 가장 우수한 인력집단인 서울대 전기공학부가 세계 최고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권욱현 교수는 그 해결책으로 두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기금(펀드)의 대폭 확충이고 다른 하나는 객관적 평가시스템의 정착이다.

그는 『세계 수준의 대학과 연구소로 끌어올리기 위해 재원 조달은 필요조건 중의 하나이다. 기업이나 동창들로부터 지원 받는 기금을 늘려 초빙 교수를 확충하고 그들의 연구 노하우와 학생들의 연구의욕을 고취시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서울대와 그가 소장을 맡고 있는 연구소의 시설 및 장비는 이미 수준급에 도달했지만 정작 연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풀 타임 스태프진이 절대 부족한 형편이고 이런 것들은 결국 예산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이런 조건이 갖추어진다해도 평가 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하는 한 국제 경쟁력 확보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업적 성취도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할 평가시스템 도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무한경쟁 시대에 가장 큰 적은 교수와 연구진의 「안주(安住)의식」이라는 것이다.

권 교수는 어떤 분야에서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역량과 미래의 비전을 냉철히 따져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 때문인지 그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을 둘러싸고 되풀이되는 정책 우선순위 논쟁에 대해 『먼저 현재 대한민국의 과학 현주소를 꼼꼼히 따져봐야할 것』이라며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이 하고 있는 모든 분야를 전방위로 추적하기란 인력 예산 노하우 모든 부분에서 역량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기존의 역량을 집중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현실상 산업기술계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응용과학의 비중을 다소 높이고 이 부문의 경쟁력이 일정수준 확보된다면 기초과학에 적극 나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에 대한 투자 집중도를 적절한 수준에서 조화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뚜렷한 취미가 없다. 모두 조금씩 즐길 뿐이다. 「몰두」하는 타입인 자신의 성격상 아직은 연구라는 몰두 대상이 있어 취미를 즐길 여유가 없다고 한다. 권 교수는 다만 군자삼락(君子三樂)중의 하나인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권욱현 교수는 상복(?)이 많다. 지난해에는 「훌륭한 서울공대 교수상」을 수상했고 그의 연구소는 미국 생산공학회가 주는 「유니버시티 리드 어워드」상을 탔다. 심지어 군에서조차 ROTC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수상한 2천만원 상당의 학술원상 상금도 장학기금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이택기자>

*권욱현 교수 악력

.1943년 출생

.1966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1975년 미국 브라운대 제어공학 박사

.1977년 서울대 교수

.1996년 서울대 자동화시스템 공동연구소장

. 현재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부장, 제어계측신기술연구센터소장,통산부 자동화사업단장, 공기반 전문위원, 자동화 기술교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