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통신용 수정진동자 「대기업 참여 허용」유권해석 논란

중소기업 지정 계열화품목인 수정진동자류에 대해 최근 정부가 「표면실장(SMD)형 등 통신기기용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이를 놓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4월 정부가 수정진동자를 중소기업 계열화품목에서 해제할 방침을 내비치자 한국수정진동자연구조합을 중심으로 즉각 대응했던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의 참여를 사실상 허용한 이번 정부조치에 대해 다시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진통이 우려된다.

일단 주무부처인 통상산업부의 해석은 지난 89년 중소기업 계열화품목으로 지정된 수정디바이스는 산업표준 분류상 30011‘30013‘30019‘32300‘31101에 해당되는 컴퓨터 및 컴퓨터 입력장치, 방송수신기, 영상기기용 등으로 못박아 놓아 통신용 제품은 이에 제외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즉 통신기기에 사용되는 제품은 계열화품목 해제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아니며 이에 따라 무선호출기, 휴대폰, 시티폰, PCS로 이어지는 이동통신기기 보급확대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통신용 수정진동자 사업에 대기업들이 자유로이 참여, 오히려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소 전문업체 관계자들은 수정진동자 자체가 대표적인 통신부품(RF부품)인데 통신용을 계열화품목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89년 지정 당시에 통신용이 제외됐던 것도 그 때는 통신기기용 수정진동자 시장이 전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특히 SMD 제품을 마치 통신기기에만 사용되는 제품으로 취급하는 통산부의 해석은 『법에 명문화되지 않은 것은 해도 된다』는 반대해석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 시장 참여를 노리는 일부 대기업의 자의적인 논리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싸니전기 기술연구소의 박종수 이사는 『저항, 콘덴서 등 회로부품에서 시작된 일반부품의 SMD화가 일반부품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SMD=통신용」이란 논리를 앞세우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SMD 수정진동자가 아직은 통신용에 주로 쓰이지만 머지않아 TV, VCR 등 가전용으로 확대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업체들은 기술력과 투자여력이 떨어져 현재 SMD 제품이 전량 수입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SMD 수정진동자는 이미 오래 전에 통산부의 공업기반 기술과제로 개발됐고 수백억원의 시설투자비가 소요되는 대형 장치산업도 아니다. 또 이미 일부 업체들은 SMD 제품을 양산중이거나 막바지 준비중이다.

이번 통산부의 유권해석은 어쨌든 「통신용은 계열화품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현재 여전히 계열화 지정품목으로 남아 있는 가변 및 고정저항기, 단면 인쇄회로기판, 소형모터, 콘덴서, 스위치, 트랜스, 데크, 커넥터 등 20여 품목에도 똑같이 확대해석이 가능, 장차 다른 품목으로 그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WTO체제 출범에 따른 무한경쟁시대 도래와 국내 전자산업 구조조정이란 이유를 들어 계열화품목의 부분 또는 일괄해제를 추진할 경우 중소업체들도 명분상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나 『그동안의 관례상 대기업의 참여로 인해 전문인력의 스카우트와 저가경쟁이 야기되는 것이 보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