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공중에 떠있는 위성산업

최근 미국이 발사한 화성 탐사용 우주선 패스파인더호가 화성에 성공리에 착륙해 화성의 표면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이는 우리에게 커다란 놀라움과 함께 부러움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선진국과 경쟁하면서 우주를 개척해 보겠다는 희망과 의욕을 불태우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취약하다.

우리는 지난 95년 8월 처음으로 무궁화위성을 발사해 그것이 벌써 2년째 우주공간에 떠 있다. 그 수명이 99년 말경에는 다하리라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용실적은 극히 부진하다.

현재 무궁화위성의 통신용 중계기는 90% 이상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으나 방송용 중계기는 24개 채널 가운데 KBS가 사용하는 2개의 채널을 제외한 22개의 채널이 놀고 있다. 위성방송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 통합방송법이 마련되지 않아 무궁화위성에 투자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채 매월 7억여원이 공중으로 증발되고 있다.

국내 위성방송의 파행운영에 따른 손실은 이러한 직접적인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의 파행상은 국민이 새로운 매체인 위성방송을 통해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면서 사회전체의 정보화를 지체시키고 있다. 또한 국내 위성방송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2000년대의 유망 산업인 영상산업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위성방송관련 기기제조업체의 발전도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위성사업 좌초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현재 위기의 원인으로서 기득권 세력의 반발, 정부 부처간의 갈등 등 여러 가지를 들고 있으나 그 중 가장 핵심적이라고 적시되고 있는 것이 재벌과 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에 대한 이견이다.

그런데 현재의 늘어난 방송채널의 수에 비춰 보아 이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방송채널의 수가 지상파 방송국의 소수 채널로 제한돼 있었을 때에는 개별 방송채널의 영향력은 가히 막강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성을 이유로 채널의 운용자격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우선 케이블TV가 등장했고 수백 채널을 보유한 위성방송이 출현하게 됐다. 채널의 희소성이 감소하면서 개별 채널의 사회전체에 대한 영향력도 줄어들게 됐다.

이에 따라 사회, 문화적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규제, 즉 내용규제는 채널배분을 통한 사전적 규제보다는 배분후 사용양태에 대한 사후적 규제를 통해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 예를 들어 무선국(방송국)은 일정 기간마다 허가 갱신을 하도록 돼 있는데 내용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재허가를 불허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바람직하지 못한 내용이 방송되는 것을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우리는 위성사업과 관련해 두 가지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 하나는 위성사업은 많은 자본과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면서 위험도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위성궤도를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위성궤도를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에서 그 궤도를 사용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각국의 위성사업자가 수백 개의 채널을 가지고 국경을 넘나들어 타국의 시청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면서 채널의 희소성은 감소되는 반면 콘텐트의 중요성은 커지게 됐다는 것이다. 콘텐트산업의 투자수익률이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콘텐트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우리가 끝없는 논쟁에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사이에 선진국들은 위성방송 분야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경쟁력을 제고한 뒤 타국에 대해 시장개방의 압력을 가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우리도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에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된다. 위성방송사업자를 허가하는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하고 사업에 대한 위험을 축소시켜 줌으로써 우리의 궤도를 확보하게 하면서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이 콘텐트산업과 같은 유망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통신개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