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 전문화 그리고 복합화」
컴퓨터 매장에도 과거에는 볼수 없었던 일대 혁신의 바람의 불고 있다. 장기화하고 있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대형 PC업계를 중심으로 PC업체들이 유통구조의 대대적인 개편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PC업체들이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40~50평 규모를 기본 축으로 한 유통점의 대형화작업. 심지어 70평 이상의 초대형 유통점들도 개설하는 등 대리점의 대형화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전국 8백여개의 PC대리점 중 5백여개를 기존 25평에서 70평 규모로매장을 확대하면서 일반 PC뿐만 아니라 휴대폰 등 정보통신기기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삼보컴퓨터도 대리점 대형화작업을 적극 추진해 50평 규모의 중형점을 연내로 90여개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PC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세진컴퓨터랜드, 티존코리아 등 대형양판점들이 속속 설립되면서 기존 대리점체제로는 이들 대형양판점과 맞서 싸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거대 자본과 탄탄한 유통망을 앞세운 대형양판점들이 잇따라 등장할 경우 국내 PC유통을 전담해 온 대리점들의 붕괴현상이 대두될 것이라는 우려도 바로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되고 있다.
실제 일부 대형 PC업체들은 최근들어 극심한 판매부진에 시달리자 기존 대리점 일변도의 영업정책에서 탈피, 매출확대를 위해 대형양판점으로 PC공급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에 있다.
그러나 대형 PC업체들이 대리점을 포기하고 양판점체제로 움직일 경우 기존 대리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의 백남유 부장은 『앞으로 국내 PC유통체계는 전문대리점과 양판점의 이원화구도로가면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앞으로 대리점들이 대형 양판점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형화 외에도 고객 대응능력을 갖출 수 있는 전문화작업도 아울러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들어 일반PC대리점에서도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하는 고성능 PC서버제품도 취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대리점들의 전문화도 시급한 시점이다.
특히 극심한 불황국면을 타개하고 자구책마련을 위해서는 대형화, 전문화를 바탕으로 취급품목을 다양화하는 대리점의 복합화작업도 병행실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PC대리점의 복합화는 그동안 PC단일제품에만 의존해 온 경향에서 탈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부가가치있는 유망제품들을 다양하게 취급할 수 있어 생존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PC와 가전의 영역이 파괴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TV, PCTV 등이른바 정보가전제품이 등장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데도 영향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PC유통의 한 축인 대리점들의 자생력을 확보해 줄 수 있다는 측면이 더욱 강하다.
삼성전자의 김익수부장(마케팅)은 『지난 5, 6월 국내 PC시장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지만 실제적으로 대리점 매출은 평균실적을 기록했다. PC매출은 급격히 떨어졌지만 휴대폰 등 정보통신기기의 매출이 확대돼 PC판매부진을 보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PC대리점들은 컴퓨터 뿐만이 아니라 정보통신기기 등으로까지 취급품목을 대폭 확대해 나갈 것은 분명하다.
국내 PC유통을 전담해 온 PC대리점들의 대형화, 전문화, 복합화현상은 대리점체제의 붕괴를 막으면서 대형양판점과 가전대리점간의 물고 물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