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영상 컨텐트 등급제 도입 급하다

TV나 인터넷 등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미디어들이 청소년의 폭력성과 범죄를 유발시킨다는 사회적 우려가 확산되면서 영상미디어의 콘텐트에 영화 처럼 등급을 매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상미디어의 콘텐트들을 내용별로 등급을 매겨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들로부터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영상 콘텐트 등급제」는 지난 80년대부터 대두되기 시작했으나 최근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지고 인터넷 등 영상물의 선정성 논란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도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폭력 콘텐트로부터 청소년과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금까지 제시된 방안으로는 연령별로 내용을 분류한 TV등급제와 유해 프로그램을 차단시키는 V칩, 프로그램의 내용정보만을 제공하는 정보제공 등급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TV 등급제는 연령에 따라 6개 등급으로 프로그램을 분류,방송중 화면 한켠에 등급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에게 부적합한 프로그램임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이와 달리 V칩은 시청자가 등급을 선택하고 이 칩속에 프로그램을 입력,TV에 설치한 후 이 등급을 초과하는 프로그램들을 자동 차단시키는 장치다.

TV등급제는 부모들이 별다른 노력 없이도 화면에 표시된 시그널을 보며 자녀들의 시청을 차단할 수 있고 V칩은 부모 부재시에도 자녀의 통제가 가능하지만 실제 이 두가지 방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TV등급제의 경우 사람들 각각의 다른 취향과 개성을 무시한 채 연령에 따른 획일적 분류를 하고 있고 V칩은 실제 부모들의 조작가능 여부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VCR 조작에도 미숙함을 보이는 부모들이 V칩의 효율적인 조작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TV수상기에 V칩을 내장시키는 방안도 제시됐으나 이 또한 새 수상기를 구입해야하는 부담이 따른다.

정보제공등급제는 다른 두 방식의 문제점들을 일부 보완한 것으로 콘텐트의 내용정보는 제공하지만 프로그램의 적합여부는 이용자에게 맡기는 방식이다.내용을 보고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유익한가 혹은 유해한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미국 「학부모(PTA) 미디어 연구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부모들의 80%가 콘텐트 정보제공등급제에 찬성했고 미국내 10여개 주요 단체들이 이 안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성, 노출, 언어 등 4가지 측면에서 비디오 제작자가 5단계로 등급을 매기도록 하는 미 오락, 소프트웨어 자문위원회의 「등급제 모델」도 이미 미국내에서는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춘 상태다.

다른 매체들과 달리 인터넷은 정보의 방대함과 양방향성으로 사전등급정보제공이 어려운 점에 기인, 현재 TV의 V칩의 원리를 인터넷에 적용시킨 「서프와치」나 「사이버패트롤」 등의 프로그램들이 판매중인 상태다.

관련기술들을 토대로 국내에도 이같은 영상콘텐트 등급제는 시급히 도입돼야 할 과제로 제기되고 있지만 미디어 관계자들은 가족과 어른들의 올바른 의식고취가 선행되야함을 강조한다.

TV등급의 시그널이나 V칩, 정보제공에도 아무 영향이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주변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