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환경보호의지 천명과 기업의 동참으로 가정용 음식쓰레기처리기가 환경가전사업의 첫 주자로 나섰지만 예상보다 더딘 시장성숙과 각종 기술적 난제 때문에 참여한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고 있는 문제는 높은 제품가격과 소비자인지도의 부족, 사용상의 번거로움 등으로 인해 쉽사리 수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식쓰레기처리기는 기존 가전제품과 달라서 소비자의 적극적인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판매가 어려운 품목인데다가 여기에 60만∼70만원이라는 가격은 소비자로 하여금 좀처럼 쉬운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한다.
더구나 현재 출시돼 있는 미생물 발효방식에 의한 음식쓰레기소멸기들은 6개월에 한번씩 발효제를 갈아줘야하고 처리될 수 있는 음식물을 구분, 매일 일정량만큼만 투입하는 등 소비자가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대충 버리면 되지」 하는 안일한 생각의 소비자에겐 전혀 먹혀들 리가 없는 상품인 것이다.
두번째로는 음식쓰레기를 깨끗하게 처리하고 2차오염을 막는 기술수준의 문제이다.
음식쓰레기는 침출수와 악취가 가장 큰 골칫거리인만큼 업계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출시돼 있는 가정용 음식쓰레기처리기는 미생물 발효방식과 탈수식 두가지가 있다. 여기에 몇몇 업체가 개발하고 있는 가열, 건조식 제품이 있는데 이 모두 음식쓰레기를 보다 깨끗하게 처리하는 문제에서는 자유롭지는 못한 상황이다.
미생물 발효에 의한 음식쓰레기 소멸은 악취가 나지 않고 완전분해가 이뤄져야 하는 데 처리용량을 초과하거나 조작을 잘못하면 분해가 아니라 부패가 진행돼 냄새가 심하게 나는 등 2차 오염의 우려가 있다. 더구나 발효제로 쓰이는 미생물을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는 것도 고가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탈수식은 물기를 짜내서 부피를 줄일 수 있지만 음식찌꺼기는 여전히 남고 짜낸 침출수는 하수로 흘러들어가 물을 오염시키는 문제가 있다. 가열, 건조식도 최종 처리된 물질을 업체가 분리, 수거,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별도의 예산과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마지막으로는 정부의 환경보호에 대한 의지와 정책적 지원의 문제다.
앞선 두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음식쓰레기에 관한 규제조항을 만들거나 음식쓰레기처리기를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세금면제 혜택을 주는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주도로 일괄 구매 및 제품 구입비의 50% 이상을 지원하는 등 공동의 노력으로 음식쓰레기처리기가 급속히 확산된데 반해 우리는 전적으로 소비자들의 의지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가전업계는 『가정용 음식쓰레기처리기사업은 환경보호라는 대의적인 관점에서 공동의 노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만큼 대국민 홍보와 자금 및 정책적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