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기술혁신과 경영혁신

金仁秀

그동안 우리 기업의 경영 스타일은 군대식 관료체제인 상의하달(Top-down)방식이었다. 군대식 관료체제는 일반적 관료체제와는 다르다. 군대식 관료체제는 위계가 분명하고 집권적이라는 면에서는 일반적 관료체제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규정의 공식화가 대단히 약하다는 면에서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군대식 관료체제는 최고 책임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군대와 같이 일사불란하게 일을 밀어붙이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특성이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경공업이나 중화학공업 제품을 모방해 성공적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즉, 군대식 관료조직은 우리의 유교적 정서와 최근의 군사문화적 여건과도 조화를 잘 이루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산업화에 있어서도 대단히 효과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도 기술이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한 성장기 산업이나 태동기 산업으로 진입해야 하고 더 나아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하에서 무한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그 핵심능력이 생산기술력에서 혁신기술력으로 바뀜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조직체제도 생산에 능률적인 군대식 관료조직 위주에서 혁신을 위한 조직구성원의 창의성 발휘를 적극 지원하는 유기적 팀조직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할 때가 됐다.

유기적 팀조직이란 군대식 관료조직과는 반대로 조직의 의사결정 계층이 단순하고, 의사결정이 중앙에 집중돼 있지 않고 현장에 가깝게 분권화돼 있으며, 조직이 기능별로 분화되지 않고 기능간의 횡적 조정을 위한 프로세스 또는 프로젝트 중심이 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기업 성장에 중요한 정보가 하의상달(Bottom-up)식으로 창출되고 외부 정보의 감지와 내부 정보소통의 원활화를 위해 유연한 특성을 지니게 되며 나아가 리더의 역할도 지시적 관리에서 참여적 지원과 조정자의 역할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조직이 이와 같은 특성을 가지게 되려면 불가피하게 소규모 단위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소규모 단위를 팀조직이라고 부른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조직내에 사내기업가를 육성하고 포용하는 제도와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 여기에서 사내기업가란 기업의 지원하에 대규모 조직의 경직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마치 독립적 기술집약 중소기업과 같은 유연한 팀조직을 구성해 자기의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기업화하는 창의적 구성원을 말한다.

여기서 소규모 조직화해야 한다는 말은 기존 회사를 수 많은 작은 회사로 분열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비록 법률적으로는 상당한 규모의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중요한 의사를 스스로 결정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수많은 전략적 사업단위(SBU)로 작게 나누어서 운영하는 조직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려면 이러한 경영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 중에서 일부는 이미 이러한 변화의 필요를 인식하고 획기적인 조직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모습만 팀제 조직으로 바뀌었지 실제는 기능적 조직을 중심으로 한 군대식 관료조직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이것이 바로 우리 기업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조직을 혁신위주의 체제로 바꾸려고 시도하지만 조직구성원의 행동이 그것을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직구조와 같은 체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지만 새로운 체제에 맞도록 행동을 바꾸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행동규범이 만들어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추진해야 한다. 어쩌면 다가오는 경제위기가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주기는 하지만 새로운 기술혁신적 체제에 맞는 행동규범을 단시일내에 만들어 내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