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건실도를 나타내는 경영지표 가운데 「부채비율」이란 게 있다.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이다. 기업이 남의 돈을 얼마나 빌려 쓰고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비율이다. 물론 부채에는 금융기관의 차입금뿐만 아니라 외상매입금 등 갚아야 할 돈이 모두 포함된다. 예컨대 자기자본이 1백억원인 어떤 기업이 은행차입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2백억원의 자금을 빌려쓰고 있다면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2백%가 된다. 수치가 낮을수록 남의 돈을 덜 쓰는 건강한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경기가 좋을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경기가 좋으면 그만큼 장사가 잘돼 사내에 쌓아둘 이익금이 많아져 자기자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들어 종합전자 3사의 부채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12월 결산법인의 상반기의 영업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전자3사의 총자산은 28조3천2백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조5천2백33억원보다 15.5%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빚은 16조5천9백66억원에서 20조8천5백18억원으로 25.6%나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덩치는 커졌지만 「빚 얻어 살림을 늘린 꼴」이다.
업체별로 보면 특히 반도체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1년 전 1백53.1%에서 2백33%로 77.9%포인트나 높아졌다. 또 LG전자는 지난해 3백24.6%에서 3백70.8%로 46.2%포인트 늘어났으며 지난해 상반기 동안 3백93.8%의 비율을 기록했던 대우전자는 올해 역시 3백94.9%의 부채비율을 보였다.
전자3사의 부채가 이처럼 불어난 것은 사업은 잔뜩 벌여 놓았으나 장사가 신통치 않음을 의미한다.
물론 부채비율이 낮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갚을 수 있는 능력의 범위내에서 돈을 빌려 투자해 거기서 생기는 이익이 이자보다 많다면 적정한 선에서 빚을 얻어쓰는 게 경영상 효율적이다. 하지만 전자3사의 이같이 높은 부채비율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렇게 과도한 부체비율을 개선하지 않으면 우선 부도의 위협은 물론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전자3사는 사업확장보다 경쟁력 있는 사업에 경영력을 집중해 재무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