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한-일 디지털 가전시장 현황 비교

지난해 DVD플레이어가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인터넷TV, 디지털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가전제품이 국내시장에서도 꼬리를 물고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디지털 가전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DVD플레이어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가 출시했으며 인터넷TV는 지난해말 대우전자가 첫 선을 보인 이후 삼성전자, LG전자가 각각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향후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올들어 디지털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으로 출시함으로써 디지털 가전시장 선점에 기치를 올리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전자업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국책프로젝트로 PCTV개발에 착수하는 등 디지털 가전분야에서는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과 거의 비슷한 출발선에서 원천기술 개발과 상품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내시장에서 등장한 디지털 가전제품은 소비자들이 실제로 구입해서 사용하기엔 전반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가전업체들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시제품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DVD플레이어의 경우 당초 올해 내수시장에서 최소한 2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까지 제작된 전용타이틀이 10종도 안돼 DVD플레이어를 전시하는 데 그치고 있어 연말까지 수천대를 판매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정보가전제품의 대명사로 불리는 인터넷TV 역시 기술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반 소비자들에겐 인지도가 낮고 2백만원대 안팎의 비싼 가격으로 인해 실판매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디지털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 역시 PC와 연결해서 새로운 용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올 판매량은 각각 5천∼1만대 수준에서 머물 전망이다.

한편 일본의 가전업체들은 DVD, 디지털VCR,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가전제품의 표준규격 제정을 주도함과 동시에 일부제품은 일약 히트상품으로 부상하면서 일본의 가전업체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일본의 디지털 가전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꼽히는 제품은 디지털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다. 지난 95년 가을 소니, 일본빅터(JVC), 샤프 등이 출시한 디지털 카메라는 지난해 일본 내수시장의 캠코더 총판매량 1백35만대중 40%를 차지했으며 올 판매비중은 6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95년말 카시오사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가 대히트를 친데 힘입어 지난해 일본 디지털 카메라시장은 일약 1백만대 규모로 급팽창했으며 올해는 최대 2백만대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관련업체들의 신규진출도 활발해 소니, 샤프, 엡슨, 캐논, 후지필름등 가전, 카메라, 컴퓨터 주변기기업체 분야에서 20개 업체가 디지털 카메라시장에 진출했다. 일본에서 디지털 카메라가 이처럼 히트를 치고 있는 것은 연간 7백50만대를 넘는 PC시장이 형성되어 있는데다 많은 업체들이 디지털 카메라시장에 일시에 참여, 집중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미니디스크(MD)카세트도 유망제품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올들어 샤프, 아이와, 소니 등이 미니컴포넌트보다 저렴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학생층을 중심으로 수요 저변이 확대되어 올연말까지 적어도 30만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DVD플레이어와 인터넷TV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DVD플레이어의 경우 역시 타이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반면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TV는 작년부터 샤프, 산요, 미쓰비시 등이 선을 보였으나 양방향 통신이나 전자결재를 위한 기반이 형성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시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디지털 가전시장은 올 상반기 NEC와 미쓰비시가 디지털가전제품용 소프트웨어 규격을 통일하기로 하고 전자업체와 저작권 관련단체가 사적 복제문제를 타결하는 등 디지털 가전제품을 보급할 수있는 환경을 조성해 가고 있어 내년 이후 디지털 가전시장의 팽창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형오기자>